영화는 나의 힘 96

[단상] 혈의 누(2005)

고등학생때 봤을땐 그저 스릴러였는데 지금 보니 영화는 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다. 부끄러움,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 그리고 자신이 사랑한 존재를 지켜내려는 이야기다. 스토리, 미장센, 인물, 음악 등 모두 꼼꼼하고 완벽한 영화다. 장면 하나 하나에 얼마가 공을 들였는지 눈에 다 담고싶어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김대승 감독님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용우 배우님을 캐스팅 한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절제된 연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감독님이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통해 보고싶다. 보면 볼수록 좋은 영화를 만드는 흔치 않은 감독님!

[기록] 영화, 영화, 또 영화

이번 달엔 기록하고 싶은 영화가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다 잘된 거야', '사랑의 기쁨' 그리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그 중 제일 좋았던건 사누최. 주인공의 삶과 고민에 깊은 투영을 하면서 봤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참 좋다. 오종 감독의 신작 역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존엄사가 현실이 된다면 마주하게되는 이야기들을 담담히 담아내서 좋았다. 사랑의 기쁨은 베시 스미스를 발견하게 해줬다. 참 유치한 사랑 이야기지만 옛스러운 그 느낌이 좋았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조금 더 어린 나이에 봤다면 더 많이 공감했을 영화. 그때 봤다면 "맞아 이런게 사랑이야"라고 느꼈을텐데 이젠 "그래 이것도 사랑이지"라는 생각. 필름 영화의 색감은 참 아름답다는걸 느끼게 해준..

[기록] 두 번째 JIFF

20대에 갔던 전주영화제를 30대에 다시 찾았다. 도대체 몇년만에 영화관에 온건지..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창동 감독님 다큐를 볼땐 코로나 시절은 기억도 안날만큼 영화관의 공기가 익숙하고 정겨웠다. 코로나 기간동안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수없이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앞으로 다시 영화관에 갈까? 집에서 이렇게 쉽게 바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영화관에 갈까? 난 계속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님 다큐를 보며 작품의 묵직함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묵직함.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당일치기로 영화 두 편을 봐야해서 전주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조금 걷기만 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 혼자오기엔 아까운 곳이다. 마르꾸스가 오면 몇일 묵으면서 함께 밤공기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