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산조각 - 정호승 산산조각 / 정호승 룸바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순간 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 뭐라도 읽자/발췌 2014.08.20
[발췌] 사랑예찬 - 알랭 바디우 (조재룡 옮김) 사랑예찬 │ 알랭 바디우│ 조재룡 옮김 │ 길 사랑을 짓누르고 있는 두 번째 위협은 바로 사랑에서 모든 중요성을 박탈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안전한 위협'은 사랑이 일반화된 쾌락주의의 작은 변화일 뿐이며, 쾌락의 이런저런 모습 가운데 한 변형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제 논리의 .. 뭐라도 읽자/발췌 2014.08.10
[시] 간격 - 안도현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뭐라도 읽자/발췌 2014.07.26
[시]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 뭐라도 읽자/발췌 2014.07.24
[책/발췌]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 메디치 │ 2014. 05 철학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단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도 달리 보게 만드는 일깨움이라는 것 말이다. 나는 철학이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불가능과 무능력, 궁핍과 빈곤을 양산.. 뭐라도 읽자/발췌 2014.07.15
[발췌]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글귀 지리산의 눈으로 지리산의 가슴으로 지리산의 가르침으로 ..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음미하고 또 음미해본다. 뭐라도 읽자/발췌 2014.06.24
[발췌] 마르크스 고백게임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미덕은? 단순함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싸우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불행이란? 굴복하는 것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악덕은? 노예근성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책에 파묻히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당신이 .. 뭐라도 읽자/발췌 2014.06.15
[시] 오 분간 - 나희덕 오 분간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 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 뭐라도 읽자/발췌 2014.04.12
[시]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 이성복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디고 좀먹은 옷처럼 당신 떠난 자리를 봅니다 북이 아니라 나무통에 맞은 북채의 소리 같은 그런 이별이 있었지요 해는 졌는데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밝기의 이별을 당신은 바랐던가요 울지 않는 새의 부리가 녹슨 화살촉이었다는 것을 .. 뭐라도 읽자/발췌 2014.04.07
[소설/밑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1부 - 콩브레 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마르셀 프루스트 │ 김희영 옮김 │ 민음사 갠적으루 평생 함께할 소설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요즘 날 미치도록 흔들어놓고 있으니까.. 이 책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읽으며 호흡할 수 있는 감정을 가졌다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거기에 .. 뭐라도 읽자/발췌 201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