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발췌

[시] 간격 - 안도현

멜로마니 2014. 7. 26. 00:43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