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발췌

[시] 산산조각 - 정호승

멜로마니 2014. 8. 20. 14:10



산산조각 / 정호승


룸바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순간 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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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받아본 엽서.

좋아하는 친구가 시구를 자신의 필체로 담았다.

그리고 이렇게 엽서를 만들어 뒷면엔 시를 보내주었다.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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