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잡설] 남루하다

멜로마니 2014. 10. 4. 16:40




까페에 갈때면 옆 테이블의 소리가 들린다. 평소 이어폰을 꼭 챙기고 다니지만 어쩔수없이 귀가 열려있을(?) 땐 뜻하지않게 이야기를 듣게 되버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낀다. '아, 참 남루하다'. 우린 할 이야기가 이렇게 없는걸까.


연령층, 성별에 따라 대화 종류도 제각각이지만 주로 듣게되는 내용은 이렇다. 아줌마들은 "우리집 애는 이번에 서울대 시험보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따로 과외를 더 받아야 될까봐 ", "옆집 애는 영어학원을 어디를 보내서 성적이 많이 올랐다네"같이 자식 이야기. 20대 여자들은 "너 남자친구 대기업 어디 다녀?", "언제쯤 결혼해?" , "이번에 명품 가방 샀다! 너 XX브랜드 알아?" 등 주로 결혼, 소비에 대한 이야기. 물론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TV, 연예인 이야기는 모두가 하는 공통 주제다.


할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을까? 이것 말고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은 없는걸까? 서로의 취미를 나누고 시사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대화를 할때 조차 그럴듯하게 잘사는 것처럼 보이려 포장을 해야할까? 자식, 남자친구 말고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할 이야긴 없는걸까? 고민을 나누고 있는 그대로 서로의 삶을 이야기 하고 나눌 순 없는걸까?


남루함이 느껴지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가장 별볼일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루함은 아주 작은데서도 드러난다. 돈을 내세울 때, 학력을 내세울 때, 권위를 내세울 때, 지위를 내세울 때, 직업을 내세울 때 한 사람의 남루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가진게 없는가보다. 저런걸로 자신을 있어보이려 내세우다니'. 그래서 다짐한다. '난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그래서 까페에 혼자 있으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리곤 한다. 좋아하는 영화,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함께 책 이야기를 하고 세상 수많은 일에 서로의 생각을 나눌 사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는건 하늘의 별따기다.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나면 대화 주제가 없어 한없이 남루해지기에 나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좀 더 솔직해지기, 좀 더 나다운 대화를 하기, 그게 남루함을 털어낼 수 있는 첫 출발이 될 것 같다.




여튼, 까페서 이어폰은 필수다. 원치 않게 남루한 이야기를 듣는 건 고역중의 고역이다. 토할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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