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어느것도 날 구원해줄 수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먼저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자기 말만 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지난 삶을 정당화하려 애쓰기 때문에 자기식대로 살길 원한다. 자신은 이랬다, 저랬다라는 묻지도 않은 과거 이야기를 들먹이며 얼마나 자신이 가진게 많고 잘났는지 한껏 뽐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한심하다. 난 나이가 들수록 조용한 사람이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의 말에 더 귀기울이고 들어주는 존재이고 싶다. 정말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삶의 방식와 생활만으로도 배우게되고 느끼게되니 그렇게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두번째 부류는 우울한 사람이다. 만나면 우울해지는 사람이 싫다. 만나서 단순히 자기 고민을 이야기 하거나 상처를 말한다고 우울해지는건 아니다. 정말 우울한건 그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조하며 다른 사람들의 인생들과 비교할때 나온다. 다른 사람들을 들먹이며 자신의 행복을 그들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눈에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보다 행복해보이고 완전해보인다. 참 갑갑한 부류다. 그렇게 남들만 쳐다보고 자신의 기준도 없이 살아가니 행복은 커녕 불행할 수 밖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남의 기준대로만 살아온 사람은 작은 바람만 불어도 몇미터씩 나가 떨어진다. 그래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었을때도 누군가에게 더 의존하고 유약해진다.
최근 만나면 우울하고 답답해지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라는게 그저 들어주는 일을 하는것 뿐이지만, 매년 끝없이 계속되는 우울함에 나까지 답답해졌다. 그렇지만 생각했다. 누구도 그를 구원해줄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옆에서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나오라고, 일어나라고 손짓 발짓을 해도 스스로가 다리에 힘을 넣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자신의 삶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만의 돌파구, 전환점을 찾아야만 한다. 변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생활은 그대로라면 어떻게 삶이 바뀔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봐야한다. 그래야 갇혀있던 동굴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내가 왜 우울했고 힘들었는지도 알게된다. 그게 삶의 지혜가 되고 연륜이 되는건 말할것도 없다.
난 26살이었던 2013년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 두 살인 셈이다. 2012년, 난 매일매일을 괴로움과 답답함 속에 살았었다. 내가 뭘 하고싶은지 모른채 길을 잃고 수많은 군중을 따라 틀에 박힌 인생 루트를 생각없이 걷기만 하는 삶을 살았었다. 그 과정에서 사랑도 잃고 자신감도 잃고 모든걸 잃는 바닥의 순간이 왔었다. 날 지탱했던 것들이 다 떠나가고 어떠한 위로도 받지 못했다. 그때 난 발악을 했던 것 같다. 미친듯이 나만의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25년간 편견에 사로잡혀 한번도 안해봤던 일들을 새롭게 해봤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뒤집어쓰고있던 옛 허물은 벗겨졌다. 내가 아닌 껍데기였던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서지고 있다.
그래서 난 경험과 행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새로 내딛는 단 한걸음이 가진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절실히 느낀다. 여기서 나가면 낭떠러지 일것만 같은 순간이 있다. 그게 싫고 두려워 겁을 먹으면 평생 구덩이 속에서 나오지 못한다. 모든걸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도저히 내딛을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할 때, 그때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제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고 그 안에 살아가는 나도 또렷하게 보인다. 이후의 삶이 새로운 나날들이고 행복인건 말할 필요도 없다. 정말 제대로 살아내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궁금하지도 않고 누군가에 기대 행복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쓸데없는 풍문에 흔들리는 일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오늘의 순간이 중요할 뿐이다. 낡은 세계를 떠나 기꺼이 새로운 세계에 날 적시는 용기를 가지는 것, 별거 아닌듯 보이지만 영원한 안정만 바라며 아둥바둥 사는 사람들에겐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난 요단강을 건너왔다. 이젠 그런 허울뿐인 삶은 다시는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누군가에 등떠밀려, 그들의 입맛대로, 남들의 판단에 흔들리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가끔 세상의 잣대가 아예 머리 속에 강제 이식이 되어 자신의 가치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때도 있다. 그럴땐 정말 답답하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도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상처와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정해진 틀대로 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현해 나가는 사람들, 자유와 사랑이 주는 무게감이 어떤지 아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흔하지 않지만 어디서든 눈에 띈다. 책 속에서 만날 때도 있고 산에서, 혹은 바다에서 만날때도 있기에 난 어떤 방법으로든 기꺼이 그들을 만나려 한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동지를 만났을 때의 그 기분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홀로 선 사람들, 스스로를 구원한 사람들은 나에게 비범하고 위대한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스스로를 구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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