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것
오늘 체한 할머니를 위해 죽을 끓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귀차니즘이 심한 나는 관심 없는건 대충대충한다. 청소도 잘 안하고 옷도 언니옷을 훔쳐입는다. 밥해먹는게 귀찮아 간단한 음식을 사먹거나 라면을 끓여먹는 일이 많다. 누가 만나자 하면 마지못해 나가거나 갑자기 취소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족들은 이런 내 성격을 잘 알아서 이제 거의 포기한 상태다. 누가 뭘 하라고 시키면 더 안하니까 아예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편이다.
이런 나도 달라질때가 있다. 바로 '사랑'할때다. 무언가를 사랑할땐 직접 내 손으로 하나씩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고를 때, 누군가를 위해 요리할 때, 좋아하는 산에 갈 때 등등 그순간만큼은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 과정에선 손수 만들고 땀흘린 애정어린 사랑이 들어있다. 난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안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정성들여 준비할 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을 때 난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걸 느낀다.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팔아가며 그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랑의 대상이 음악이라면 그것에 빠져 몇시간이고 음악을 듣고 음반을 찾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사랑에 빠진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생활을 함께 하는 아주 작은 것들 부터 정신과 몸에 활력을 주는 것들 까지 수많은 사랑의 대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난 언제 기꺼이 나를 던져가며 무언가를 할까, 그리고 언제 누군가를 위해 나의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몇 사람들, 그리고 몇몇 가지들이 있다. 그것들을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고싶다. 사랑은 어떠한 매개가 아닌 오직 사랑으로서만 전달됨을 상기하며 매순간 진심을 전하고 싶다.
지난 첫 100일 기념일, 마르꾸스를 위해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직접 만든 3종 세트를 준비했다.
100일동안의 포토앨범, 손수 제작하고 디자인한 음악CD, 호미화방에서 산 종이판넬 위에 그린 마르꾸스까지
그림 진짜 못그리는데 나름 노력한게 저거다. 내가 좋아하는 산을 뒤에 형상화해서 배경으로 한건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완성된 후엔 주는 내가 더 행복했다.
이건 마르꾸스의 서프라이즈.
내가 좋아하는 까페 코미치에 깜짝 선물을 몰래 두고간 마르꾸스.
예쁘다고 했던 공책과 편지를 두고가서 날 놀래켰다.
마르꾸스는 날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멋진 남자다 ^^
앗 빨리 할매 죽 드려야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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