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에서
여기에 있으면 만족감보다 결핍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쉬운 것들만 생각하고 바라는 마음만 커진다. 배불리 한국밥 먹기, 인터넷으로 다운받기와 같은 여기에선 이룰수 없는 일들만 원한다.
그래서 여기서 이룰수 있는 일이 뭘지 생각해봤다. 바다사자보기, 수영하기, 걷기, 현지음식 맛보기, 누워 잠자기, 자전거 타기 정도가 있었다. 보면 대단한게 아닌 단순한 활동들이다. 특히 현지음식엔 과일주스를 먹는일을 빼놓을수없다. 저렴한 가격에 통째로 열대과일을 갈아주는데 한번 마시면 한국 주스는 못먹게된다. 먹을게 귀한 섬이지만 주스만큼은 최고다.
쳇바퀴만 달리던 헴스터에게서 쳇바퀴를 떼어네면 어떻게될까. 습관에 젖어 그 바퀴만 찾진 않을까. 하지만 여기와서 그렇지 않다는걸 알았다. 타성에 젖은 생활만 하다가 이곳에 오니 이제야 한국에서의 생활이 선명히 보인다. 괜시리 혼자 담을 쌓고 강박에 빠져 하루하루를 쳇바퀴 속에서 달렸던 내가 보인다. 적어도 지금 이 섬엔 그런 쳇바퀴는 없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단순하고 평화롭다. 물론 화상입은 몸은 간지러워 미치겠지만, 먹고 자는게 가장 중요한 지금 마음만은 편하다. 한국에서 많은걸 누린만큼 많은걸 포기하고 살았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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