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거부할 권리

멜로마니 2014. 10. 17. 12:14



저도 거부합니다 !



모두는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이 권리엔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잘못된걸 거부하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점은 물건을 살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이나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을 알게 됐을 때 '거부'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에게 해가 되고 옳지 않은 일에 누가 돈을 쓰고 싶겠는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 저축은 고사하고 세금과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 불황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 어느 누가 그나마 있는 돈으로 자기 배만 채우는 못된 기업의 물건을 사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거부할 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형마트에 가고 이동통신사의 횡포에 놀아나며 질소가 가득한 과자를 먹는다. 이미  이런 나쁜 세상에 길들여진 것이다. 


뉴스를 통해 기업의 횡포를 접할때면 그들을 '거부'하는 것만이 사회와 한국 경제가 자정될 수 있는 방법임을 느낀다. 한 사람이 거부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하겠지만 한 사람이 제대로 거부하면 그 시작으로 인식이 변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변한다. 직접 대안을 찾아보는 일에도 나름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내가 번 돈이 기업의 자본 놀음에 쓰이는게 아닌 사람 한명 한명에게 돌아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제대로 거부하고 살리라 다짐했다.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나쁜 언론들을 거부하고 '방송사고'라는 핑계로 고인을 모욕하는 방송사를 거부한다. 인간이 아닌 자본 증식에만 관심있는 기업들을 거부한다. 소상인들을 죽이고 홀로 독식하는 대형마트를 거부한다. '프렌차이즈'라는 이름으로 갑의 횡포를 일삼는 기업을 거부한다.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 '거부'를 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나쁜 것들을 버리고나면 그걸 채워줄 좋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보는 즐거움, 작은 까페들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 작은 기업들이 정성들여 만든 물건을 받아보는 기쁨 그리고 TV가 없어진 자리에 생겨난 나만의 시간이 탄생한다. 조금만 찾아보면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곳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꾸려가는 일터도 많다. 그러니 맹목적인 습관적 소비를 거부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다른 방식의 소비를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은 눈만 돌려도 항상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강신주 철학박사의 말이 생각난다. 'No'라고 할 줄 아는 사람만이 'Yes'를 할 줄 안다는 말. 소중한 가르침이다. 매사 모든것에 Yes를 외치는 사람 치고 자기것을 가진 사람을 못봤다. 그저 남에게 맞춰주려 모두 좋다고하는건 소신도 생각도 없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난 좋음과 싫음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좋다. 이야기가 딴데로 샜지만 제대로 거부할 줄 아는건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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