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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리뷰] 그것이 알고싶다 956회 - 뼈 동굴' 미스터리, 50년 괴담의 진실

멜로마니 2014. 9. 29. 13:10




그것이 알고 싶다 956회 │ 2014.09.27 (토) 오후 11:15 │ 뼈 동굴' 미스터리, 50년 괴담의 진실




경북 경산의 한 동굴엔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면 좋지 않은 일을 당하고 그 안엔 사람 뼈가 가득하다는 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로 동굴은 공포 체험을 하는 장소로 알려질 정도였다. 과연 동굴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그곳에선 그렇게 많은 양의 사람 뼈가 아직도 발견되는 것일까?  지난 토요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956회는 바로 이 뼈 동굴 미스터리에 대해 파해친다.






일제시대 당시 이곳은 코발트 광산이었다. 코발트를 채굴하기 위해 동굴을 뚫고 만든 이 굴은 수직굴과 제 1,2 수평굴이 만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2000년 초반 이곳에서 대량의 사람 뼈가 쏟아져 나왔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뼈가 돌과 함께 수평굴과 수직굴이 만나는 지점에서 쏟아져 내린 것이다. 뼈를 수습하는 과정에선 두개골에 총탄이 지나간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이후 조사가 시작됐고 사건의 진실은 50년만에 드러나게 된다. 










조사결과 이는 1950년 6월 남과 북이 전쟁을 시작한 이후 벌어진 대량 학살 사건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대량 학살을 한 주체는 북한이 아닌 남한 정부와 군대였다. 당시 주민들의 증언과 학살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생존자, 희생자의 가족들의 증언을 살펴보면 학살은 한번이 아닌 몇날 몇일에 걸려서 밤마다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매일 밤 들리는 총소리에 두려움을 떨었고 총을 맞고 수직갱도에 떨어진 사람들은 그렇게 이유도 모른채 죽음을 맞았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반공산당을 외치며 좌익 인사들을 회유하고 전향하고자 보도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엔 좌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결국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공산당, 좌익으로 몰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그 범인은 당시 남한의 정부였다. 




국가와 정권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이 무자비한 학살은 노무현 정권에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만들어 세상에 그 진실이 공개됐다. 권력유지를 위해 만든 보도연맹으로 학살된 국민은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만 1800여명에서 많게는 3000명까지 그 수가 예상된다. 물론 당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좌익, 빨갱이로 몰린 수많은 국민들이 이유없는 죽음을 당했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당시 그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채 팬티바람으로 끌려갔다고 증언한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가 오히려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국민을 죽일수 있는가? 국민보다 자신의 권력과 이념이 중요한 것인가? 그런 야만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 



50년이 흘러서야 희생자 가족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빨갱이, 좌익'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했다. 총칼을 들이밀며 밥을 달라고 하는 북한군에게 밥을 줬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하고 한스러울까. 국민을 지키고 옳고 그름을 따져줘야하는 국가는 오히려 이를 방치한 채 아직도 이데올로기와 이념놀음을 하고 있으니 여전히 유가족들의 한은 풀리지 않고 있다. 그간 한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하고 손에 꼽는 경제 대국이 됐지만 어디서도 도움받지 못한 억울하고 답답한 사람은 늘어만 간다. 



노무현 정부때 만들어진 과거사 위원회는 이후 이명박 정권이 들면서 예산 지원이 끊긴다. 이에 따라 발견됐지만 놓일 자리를 찾지 못한 유해들은 나라 곳곳을 떠돌고 있다. 유가족은 애타는 마음으로 아직 발굴이 안된 수직굴을 찾지만 이들의 힘만으론 남은 유해들을 찾아낼 수 없다. 우린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국가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수천명의 국민이 학살을 당했지만 그 학살을 자행한 장본인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나라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일 뿐일까? 


우린 과거를 응시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현재가 보인다. 여당 및 수구언론이 내세우는 흑백논리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하는 '빨갱이, 좌빨'같은 용어가 한국 사회를 도배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가 과거사를 제대로 진상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억지 논리로 죽어갔는데 어떻게 지금 그런 무서운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희생자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원치 않게 떠나보낸 그 마음을 안다면 어찌 그런 분열의 논리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울 수 있을까. 


잘못 채운 단추는 풀어서 다시 채워야한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 속에 살고 있는 한국은 갈길이 멀다. 한국은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된 보수 정권의 역사를 처절하게 마주해야만 한다. 보수 정권이 내세운 분열의 논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유도 없이 죽어갔는지 그 진실을 알아야만 한다. 이 과거를 응시하지 않는다면 우린 다시 50년전과 똑같은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이유없이 죽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만 하는 시대 말이다. 



한겨레 경산 코발트 광산 관련 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620377.html?_fr=s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