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각종 리뷰

[연극/리뷰] 관객모독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멜로마니 2014. 4. 12. 17:14




'모독'을 통해 관객은 연극의 꽃이된다..!!



손에 꼽을정도로 연극을 조금 봐왔다. 지금까지 봐왔던 연극은 주로 배우의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과장된 목소리톤을 통해 관객에게 몰입을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 . 또 스토리 역시 TV, 영화 속 이야기처럼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내용을 가져왔다. 하지만 '관객 모독'은 정반대의 연극이다. 스토리도 없는, 그리고 몰입을 강요하지도 않는, 그러면서 한편으로 관객 스스로가 '연극'에 몸담기를 부추기는 작품이다.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이 가진 모든 요소들을 짓뭉갠다. 무대엔 특별한 연출이 전혀 되어있지 않을 뿐 아니라 배우 하나하나 역시 특별한 의미없이 그저 앉아 이야기를 시작할 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된다. 끝까지 배우들이 취하는 제스처와 대사는 분리되고 단절되어있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더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연극은 아주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관객 모독의 강렬함은 관객과 배우 모두 '현재'를 함께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통용된 적 없는 독특한 대사전달과 그와 관계없는 표면적 연극 설정은 관객들에게 의구심을 던지는 동시에 현재 무대의 순간을 함께하도록 만든다. 중간중간 직접 배우에게 연기를 주문하고 함께 욕을 하는 등 관객 스스로가 연극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연극의 마지막, 네명의 배우가 관객들에게 무자비한 모독을 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은 깨어난다. 관객 역시 욕을 내뱉음으로써 연극을 함께 완성하는 것이다. 결국 배우와 관객이 '연극'이 가진 현재성, 그리고 순간성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에 이 연극은 급진적이고 행동적이라 할 수 있다.


페터 한트케의 원작이지만 연출을 맡은 기국서님은 한국의 현재를 살려 맛깔난 '관객 모독'을 만들어낸다. 한국어 특유의 문장에서 어떻게 유희와 몰입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한국의 현실 풍자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또한 다섯명의 배우( 내가 본 작품은 기주봉, 고수민, 정재진, 안창환, 김낙형 님이 출연했다)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다. 즉석에서 나오는 관객들의 주문에도 여유있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한국 배우 '기주봉'님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건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 난 관객모독을 또 보러 갈 생각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배우들이 관객을 모독할때 난 한마디도 욕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게 왜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다음번엔 아주 맛깔나게 욕을 하고 올테다! 그래서 멋진 연극 한편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