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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SBS 스페셜 352회 '작심 1만 시간' - 20140216

멜로마니 2014. 2. 20. 00:31




SBS 스페셜 352회 '작심 1만 시간' │ 연출 : 박상욱 / 글·구성: 이승희 │ 20140216



성공 열망사회 '한국'.. 이 다큐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건 나뿐이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은 1만시간이라는 노력의 시간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 다큐는 뭔가 익숙한 느낌의 레퍼토리였다. 자기계발서에서 꼭 한번쯤은 나오는 이야기들, 그리고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화려한 사례들.. 다큐멘터리는 적어도 자기계발서보단 낫길 바랬다. 많은 자계서가 주장하는 투입량 = 성공의 등식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길 바랬다. 하지만 이 다큐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다큐 제목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이렇게 비슷한 이름으로 나온 자계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의 법칙, ~의 방법, ~한 사람들의 습관.. 과 같은 자계서들은 개인의 노력에 온통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성공'의 여부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엔 강력한 맹점이 숨어있다. 바로 성공하지 못한 개인을 실패한 인간으로 돌린다는 것과 그 이유를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 너가 성공하지 못한건 너가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노력엔 높은 기준을 매겨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실패의 이유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1만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성공할 자격이 없을까? 그리고 1만시간을 채운다고해서 성공하는 것일까? '성취'가 아닌 '성공'을 잣대로 매기는 사회와 이를 부추기는 다큐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큐에서 사례로 나오는 인물들 중엔 업무 중 남은 시간을 활용해 자격증을 따거나 밤시간을 활용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이 나온다. 각자가 이유도 제각각이고 목표도 다르지만 내눈엔 그저 취미 생활자로 보인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하는게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1만 시간이라고 시간을 따지는 순간부터 스스로의 흥미보단 시간에 중점을 맞추게 된다.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에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을 쏟게되고 그게 성취의 모습으로 남게되는 것인데 이 다큐에선 1만시간이라는 시간에 집중해 모든걸 도식화시킨다. 결국 개인의 동기나 의지보다는 맹목적이고 수단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 정리해본다면 다큐는 1만 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채워줬던 개인의 동기와 흥미에 초점을 맞췄어야했다. 1만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다. 언제 시작하더라도 흥미와 몰입을 느낀다면 그것은 평생 1만시간보다 더한 시간을 함께하는 계기가 될테니까.



다른 사례들론 유명 가수들이 나오는데 여기선 SM출신의 가수들만 나온다. 여기서도 반문이 들었다. 바로 SM이라는 배경이다. 연예 기획사중 삼성급인 SM의 아이돌 가수들이 입을 모아 자신들의 연습생 시절을 회상하지만 한편으론 수많은 연습에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져간 다른 가수들이 떠올랐다. 굳이 1만 시간을 '성공'과 결부시킨다 해도 여기엔 환경과 바탕이 큰 몫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다큐는 간접적으로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1만 시간을 노력했는지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한다고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에 대해 현실을 냉철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1만 시간을 채우면 너도 성공할 수 있어!와 같은 환상을 주는 대신에 말이다.


중요한걸 놓치면 삶은 의미를 잃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좋고 하고싶어하는 일을 하다보면 그게 쌓여 시간이 되고 성취의 길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다.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가 의미하는것도 그게 아닐까. 천천히 자신의 길을 찾고 한걸음씩 가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걸 하고있지 않을까. 1만 시간이라는 시간에 매달려서 소중한 인생을 놓치지 않길, 그리고 순간 순간을 느끼고 원하는 대로 살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