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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세계테마기행(볼리비아 편) - 3부 : 죽음의 길, 천상의 호수(140122)

멜로마니 2014. 1. 25. 21:46




세계테마기행 │ 남미의 심장, 볼리비아 │3부 - 죽음의 길, 천상의 호수 │ 2014.01.22 │ 연출 : 정갑수




'티티카카호'를 아시나요?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남미'는 꿈의 세상이다. 7년전 미국에서 멕시코를 잠깐 다녀온 것 빼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렇지만 너무나 가보고 싶은 땅이니까. 남미 중에서도 쿠바, 페루, 볼리비아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다. 프랑스에 있을 땐 학교 수업으로 '케추아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소수 민족이 쓰는 언어라는 호기심에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언젠가 페루와 볼리비아를 가게 된다면 간단한 표현으로 친근감을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거기에 남미에서 살다온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끔 만나게 될 때면 그곳 이야기를 꼭 물어보곤 했다. 그중에서도 작년 끝무렵에 우연히 만난 한 동갑내기는 나에게 남미 여행의 불을 지펴줬다. 그는 남미 중에서도 페루와 볼리비아를 꼭 가보라 권했다. 그곳 사람들은 얼마나 해맑은지, 그리고 귀여운지 여행을 통해 느껴보라 했다. 때묻지 않은 세상 속 원주민들의 모습은 어떨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설레임을 느낀 순간이었다.


두서가 길었지만 이렇게 남미 여행을 꿈꾸던 나에게 이번주 '세계테마기행'은 제대로된 촉매제였다. 여행작가 태원준씨와 함께하는 여행은 총 4부작으로 볼리비아 여행기를 담는다. 모든 편들을 빼놓지 않고 봤지만 어느편보다 나에게 여행 욕구를 줬던건 바로 3부 였다. 그 이유는 남미에 간다면 가장 가고 싶었던 '티티카카호'가 나왔기 때문. 티티카카호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 지대에 있는 호수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이기도 하다. 영화 '후아유' 속 인주(이나영)의 대사에 등장하기도 하는 이 호수를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사진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봐왔는데 이렇게 영상으로 호수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역시 삶의 모습들은 세상마다 그 색깔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기억 남는 몇몇 장면들을 담아보고 싶다.




먼저 3부에서는 초반 19분정도를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티티카카호를 가는 길을 담아낸다. 여기엔 먼저 '죽음의 길'이라 불리는 융가스도로가 눈에 띈다. 그 길이 험해서 매년 100여명이 죽는다는 이 도로는 볼리비아의 높은 고도와 산악지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보여준다. 여기에 산과 산을 연결한 줄로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보는 사람도 아찔한 높이에서 줄을 이용해 온 가족들이 30초만에 이동하는 모습에선 충격과 흥미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렇게 길도 없고 불편한 오지에서 살아도 그들의 모습은 참 해맑다. 그리고 정이 넘친다. 부부가 코카잎을 따며 딸을 키우는 모습은 한국의 시골 풍경과 겹쳐지기도 했다. 




그렇게 흘러흘러 여행길은 티티카카호수가 있는 '코파카바나'에 다다른다. 잉카 문명이 피어난 장소인 이곳엔 여전히 그들의 후예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만의 특유의 모자와 어깨에 걸치는 보자기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티티카카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들과 숭어 양식을 하며 사는 주민들의 모습도 있지만 여기엔 내가 몰랐던 더 신기한 공간이 있었다. 바로 '우로스 섬'이다. 티티카카호 위에 40여개의 인공섬을 일컫는 우로스 섬은 '토토라'라 불리는 갈대를 이용해 만든 섬이다. 집,배, 심지어 바닥까지 모두 갈대로 만든 이 섬엔 우루족이 살고 있다. 스페인의 침입을 피해 인공으로 섬을 만든 우루족은 그 안에서 지도자를 뽑고 구성원 모두가 섬의 갈대 정비에 참여하며 함께 살아간다. 섬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기에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33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티티카카호의 석양을 보며 잠시나마 상상을 해봤다. 내가 저 순간, 저 곳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화면을 통해서도 그 넓고 강렬한 자연의 모습에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곳에선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그 순간의 느낌을 간직할 수 없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그곳의 삶은 몇천년간 간직해온 그 모습에 난 그저 고개를 떨굴 것 같다. 그저 그 곳에 서있고 싶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의 삶과 너무다 다른 그곳의 삶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 이정도의 느낌이라면, '세계테마기행'은 우리에게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주는 좋은 촉매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