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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쇼미더머니3 최종 단상 - 건질건 YDG, 아이언뿐

멜로마니 2014. 8. 8. 01:11




쇼미더머니 3 │ M net


리뷰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려 한다. 오늘 B.I와 아이언의 대결을 보며 앞으로 더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 뻔한 프로그램에서 내가 뭘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랜드로 공장처럼 찍어내는 요즘 힙합가사, 힙합스타일 그 안에서 프로듀서를 정해 그들 입맛대로 공연을 보여준다는 발상부터 더럽게 진부하다. 프로듀서부터 시시한데 그들이 고른 사람들이 얼마나 새롭고 와닿을 수 있을까. 


2004년, 난 다이나믹 듀오의 1집에 열광했었다. 그들이 새로운 힙합의 시작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젠 더이상 그들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아니 차마 듣지 못하겠다. 그때보다 더욱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요즘 그들의 음악은 부끄럽고 시시하기까지 하다. 좋은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울리는 법인데 한국 힙합 중 그런 곡들은 흔치 않다. 지금의 한국 힙합은 패스트푸드다. 빨리빨리 소비해야하기에 유통기한은 짧아지고 천박해졌으며 편협해졌다. 겉멋이 잔뜩 든채 중고등학생, 그리고 20대 초반의 입맛에 맞추려 뱉어대는 인스턴트 뮤직이 힙합인가? 그런게 힙합이라면 지금의 한국 힙합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한국 힙합의 저급함과 한계를 잘 보여준다. 쇼미더머니3에 나온 프로듀서들 역시 그런 인스턴트 뮤지션이다. 스타일, 정신이 갖춰지지 않은 채 그저 인기에 편승해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깊이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힙합 현실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내가 쇼미더머니3를 본 건 두 사람 때문이었다. 바로 프로듀서 YDG와 그의 팀이었던 아이언이다. 먼저 프로듀서들 중 YDG만이 제대로된 뮤지션이다. YDG의 경우, 그가 가진 스타일, 정신이 무대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아우라'로 만들어진다. 가사 역시 무게감있게 양동근만의 특별한 매력을 담아낸다. '힙합'이라는 장르와 스타일에 집착해 옷만 흑인처럼 입고 광대짓을 하는 다른 프로듀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짜 '힙합 정신'은 그렇게 제스처만 취한다고 가질수 없다. 여유있게 순간순간 가사로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자기식대로 뱉어낼 때, 그리고 거기서 그루브와 리듬에 자연스레 몸이 움직일 때 힙합은 힘을 가진다. 물론 래퍼가 손수 쓴 마음을 울리는 가사는 힙합의 백미다. 겉멋든 래퍼의 진부한 가사는 식상함만을 전해줄 뿐이다. 나에겐 YDG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듀서들의 공연이 진부함과 식상함으로 다가왔다. 


또한 '아이언'이라는 신예 래퍼는 대중음악이라는 제도권안에 갇힌 한국 힙합이 비관적임에도 희망을 보여줬다. 오늘 그의 공연을 보며 참 오랜만에 '압도'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자신만의 색깔말이다. 그리고 그는 가사에 자신의 세계, 뜻을 매력적으로 담아낼 줄 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의 랩에 넋을 놓고 한참을 멍해져있었다. B.I가 보여준 무대가 대중에게 인기를 구걸한 시시한 무대였다면 아이언은 그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아우라를 맘껏 드러냈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더라도 상관없다. 그에겐 한국 힙합의 미래가 보인다. 아니 다시 말하면 새로운 방식의 한국 힙합이 기대된다. 새로운 물이 들어와야 고인물이 걸러지기에 아이언같은 랩퍼는 거기서 거기인 한국 힙합씬을 정화시키는 존재가 될 것 같다. 물론 제도권 힙합이라는 틀에 맞춰져 자신의 색을 잃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참 많은 한국 힙합 뮤지션들이 큰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거드름피고 허세를 부리는게 힙합 정신이라고, 그리고 대중 입맛에 맞춰가며 인기를 구걸하는 가사, 비트가 힙합 정신이라고 말이다. 자극적인 비트 위에 시덥잖은 연애 가사만 뱉어대는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은 킬링타임용 자위도구다. 그들의 음악은 듣는 순간 쾌락에 빠져 마비를 부추기는 음악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음악 속에서 감동과 정신을 찾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음악을 10년, 20년이 지나서도 찾아서 듣게 될까.


난 시간이 한참 흐른뒤에도 끊임없이 마음을 울리는 힙합을 응원한다. 그래서 가리온같이 뚝심있고 진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서 차분히 자신의 세계를 읊조려주는 뮤지션을 사랑한다. 진중하게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가사로 담아내는 UMC같은 뮤지션도 더 많이 관심받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도권 힙합씬이라는 우물안에서 잘났다고 으스대는 뮤지션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인기에만 빠져 중요한걸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길. 음악 속에 '정신'이 없다면 그 음악은 처절하게 잊혀진다는것을 YDG를 제외한 쇼미더머니3 프로듀서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허세좀 그만 떠세요! 구역질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