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특선] 슈게루의 주말의 명화?

멜로마니 2014. 9. 27. 23:20





39계단 │ 알프레드 히치콕 │ 1935 │ 로버트 도냇. 매들린 캐롤

무대 공포증 │ 알프레드 히치콕 │ 1950 │ 제인 위먼. 마를렌 디트리히. 마이클 와일딩

다이얼 M을 돌려라 │ 알프레드 히치콕 │ 1954 │ 그레이스 켈리. 레이 밀랜드. 로버트 커밍스





일단,

듣고 시작합시다.





그렇다. 주말 밤, 잠 못드는 이들의 갈증을 채워준 그 곡, 바로 '주말의 명화' 오프닝 음악이다. 백수인생인지라 평일,주말이 별다른 차이없이 흘러가지만, 영화를 볼 땐 그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평일엔 주로 무거운 영화들,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를 선택한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본다. 그래서 나에게 주말의 명화란 하나의 '편안함'이다. 사람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의 종류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나의 경우 주말의 명화로 오래된 영화를 선호한다. 디지털의 싸한 느낌이 싫기도 하고 흑백 영화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고향의 냄새가 좋다. 거기에 난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호한다. 아무 생각없이 볼땐 그저 플롯을 쫓아가며 호기심있게 이야기를 따라가는게 좋기 때문이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늦은 밤에도 잠들지 않게 만드는 역할도 해준다. 결국 이런저러한 이유로 주로 보는 감독이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이다. 여기엔 내가 최근 봤던 그의 작품 세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히치콕의 매력은 '다작'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평생 52편의 작품을 연출한 그는 시네필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남겨줬다. 다수의 작품이 스릴러이기 때문에 주말 밤 영화 선택엔 히치콕의 필모 보기가 필수다. 또 히치콕이 즐겨 사용하는 테마를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작품 고르기에 더욱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주된 테마를 꼽아본다면 '첩보원', '누명 쓴 남자', '살인' 그리고 '반전' 정도가 되겠다. 


최근 본 세 작품 역시 위에서 언급한 테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영화마다 마지막엔 반전이 담겨있고 살인도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39계단의 경우 살인자로 누명을 쓴 남성이 사건의 비밀을 쫓아가던 중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된다는 스토리로 모든 테마가 들어가 있다. 무대 공포증 역시 살인 누명을 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건에 다가가는 한 무명 여배우의 분투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얼 M을 돌려라는 아내를 죽이기 위한 남편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겪게 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다.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다. "왜이리 살인이 많은 것이냐". 그렇지만 오히려 이 오싹하고 흥미진진한 소재 덕택에 주말밤을 말똥말똥한 눈으로 지새울 수 있는지 모른다.

    

히치콕의 작품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전개 과정만 봐도 어렴풋한 감이 올 때가 있을 것이다. 처음 히치콕의 영화를 봤을땐 남자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바닥까지 가는 과정에서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지만 이젠 여유있게 관전한다. 아니 오히려 그 다음 스텝에 대해 나름의 추리를 펼쳐본다. 도대체 이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을 하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웃는 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주며 끝나있다. 그의 작품은 긴장과 불안을 주는 동시에 모든게 해결되는 편안함도 제공하기에 이젠 그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히치콕이 불후의 거장 감독이라 하더라도 작품들이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진 않는다. 그의 대표작인 '사이코'나 '새' 혹은 '이창'을 제외하곤 그의 옛 작품을 찾아서 보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히치콕의 영화와 친해지기 힘든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난 그 요소가 그만의 대화씬에 있다고 본다. 그의 영화 속엔 유난히 등장인물간의 대화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컷수가 많고 진행 과정이 빠른 헐리우드 영화를 즐겨보던 20대 초반엔 이런 히치콕의 연출 방식이 지루함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등장인물 둘이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스르르 잠든 적도 많다. 물론 지금은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그 대화가 참 매력적이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의 어휘와 그만의 어투로 구사되는 대화가 신기하달까. 여튼 지금은 주말마다 히치콕의 영화를 챙겨보는 영화팬이 되었다.


쓰다보니 배가 산으로 갔다. 주말의 명화로 영화 세 작품을 소개하려 했는데 히치콕 찬양으로 끝나버렸다. 어찌됐건 일단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 제대로 뒷통수 맞고 싶다면 '무대 공포증'을 강추한다. 나 역시 만만하게 보다가 제대로 두드려 맞은 영화다. 특유의 급박한 오프닝서부터 반전의 반전, 쫓고 쫓기는 긴장감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이얼 M을 돌려라'를 보시라. 작은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어떻게 탄로나는지를 따지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있다. '39계단'은 초기작이라 그런지 반전이나 소재 자체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본 작품이다. 역시 히치콕의 첩보작전은 뭐니뭐니해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인 것 같다.  





아무튼 슈게루의 주말의 명화 1탄은 히치콕 할배 !!


이번주는 주말의 명화로 뭘 볼까나.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