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추천] 캐쉬백(2006) - 숀 엘리스 : 실연한 그대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멜로마니 2014. 3. 29. 20:21



캐쉬백 │ 숀 엘리스 │ 2006 │ 숀 비거스탭. 에밀리아 폭스



"영화 좀 추천해줘"


최근 이별한 친구가 재미있는 영화가 없냐 물었다. 얼마나 힘들까, 나 역시 그 순간이 괴로움이란 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힘들었기에 친구의 괴로움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주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관심분야에 집중하는 편이다. 힘들게 이별을 결정한 친구에게 무슨 영화를 추천해줘야 할까.. 그때 영화 '캐쉬백'이 바로 떠올랐다. 나또한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힘을 얻었으니까. 이별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 캐쉬백은 독특한 이별 치유 방식을 보여줄 것 같다.


영화는 주인공 벤 윌리스(숀 비거스탭)가 여자친구 수지에게 차인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불면증에 빠진 벤은 한숨도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그걸 기회로 삼아 대형마트의 야간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이별에 힘들어하는 벤이 야간근무를 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인생과 사랑을 보여주기에 캐쉬백을 본 사람들이라면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별을 한 사람이라면 벤이 겪는 불면증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괴로움의 순간은 그것이 1초, 1분이더라도 영겁의 시간처럼 끝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우린 힘든 일을 겪으면 일어설 힘도 없기에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버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는 그 괴로움의 시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행복의 시간도 보여준다. 마트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중 벤이 동료 섀론(에밀리아 폭스)을 좋아하게 된 것. 그렇게 괴로움을 잊기 위해 시작했던 일에서 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그리고 섀론과 함께하는 행복의 순간이 영원처럼 정지된채로 머무는걸 경험한다. 여기서 영화는 시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별이 주는 고통에 시달리며 정지된 시간을 경험하는 벤, 그리고 사랑에 빠져 섀론과 단 둘의 정지된 순간을 만나는 벤에겐 '멈춤'이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렇게 두 극단적인 상황 속 멈춰진 시간 앞에 무엇을 해야할까? 종종 우린 이별이 주는 괴로움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가두곤 한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벤이 괴롭고 지난했던 시간을 전환해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든 것 처럼 시간이 가진 색깔은 나의 움직임에 따라 그 색이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정지된 듯한 순간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 그게 괴로움이던 기쁨이던 차분히 응시해보자. 이별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의 새로운 사랑에서도, 감정이 주는 모든 순간들을 찬찬히 곱씹어보자. 그렇게 곱씹다보면 그 영원할 것 같은 순간들이 삶을 이루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죽을만큼 괴로운 순간들이었지만 바로 거기서 무궁무진한 앞날들이 열린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지난 고통을 덮을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괴로움으로 몸부릴칠 정도라면 벤처럼 그 시간을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 벤의 방식이 눈을 퀭하니 뜨고 돈을 버는 것이었으니 나만의 방식을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그렇게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때 우린 제대로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실연으로 두부멘탈이 된 누군가를 위한 작은 위로, 그걸 영화 '캐쉬백'을 통해 넌지시 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