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엮어보기] 병맛의 향연 - 이블데드(1981) vs 드래그 미 투 헬(2009)

멜로마니 2014. 3. 8. 01:12



이블데드 │ 샘 레이미 │ 1981

드래그 미 투 헬 │ 샘 레이미 │ 2009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관에서 아무 생각없이 드래그 미 투 헬을 심야로 봤던 날이. 그날은 기대도 안했는데 제대로 얻어터진 기분이었다. 어쩜 이렇게 병맛같은 재미와 공포를 두루 갖출 수 있는지. 감탄만을 연발하며 영화관을 나왔었다. 최근 영화들 중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영화를 찾기 힘든건 아마 '샘 레이미'라는 능력자 덕분일 것이다. '스파이더 맨(2002)' 시리즈로 유명한 그이지만 사실 샘 레이미는 '공포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데뷔작 이블데드의 경우 지금까지도 공포영화의 대표적 고전으로 꼽히며 수많은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실예로 2012년 개봉했던 '캐빈 인 더 우즈'를 본 사람이라면 유사한 컨셉과 스토리로 이블데드를 반드시 떠올렸을테다. 여튼 이렇게 이블데드와 드래그 미 투 헬을 섞어 이야기하는 건 두 작품을 통해 샘 레이미식 '공포 영화'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물론 두 작품의 기본 코드는 '병맛'이다.



 기본적으로 두 작품은 B급냄새가 물씬난다. 이블데드의 경우 뭔가 엉성한 카메라 움직임, 작위적인 미장센 등 촌스럽다고 느끼게되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건 드래그 미 투 헬의 경우도 마찬가지. 밑도 끝도 없이 할머니가 공격하는 장면이나 여주인공이 귀신에 홀려 미친짓을 하는 장면들은 정제되고 세련된 헐리우드 영화를 B급으로 끌어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이런 B급은 좋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전달해주기 때문. 두 영화 모두 엉뚱한 순간 터져나오는 어이없는 웃음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허를 찌르는 샘 레이미의 연출법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저주받은 외딴 산장에서 귀신들이 부활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블데드는 이제 우리에겐 진부함의 극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마시라. 샘 레이미는 다양한 변주를 추구하는 '진행형' 감독이니까. 난 드래그 미 투 헬을 봤을땐 이블데드와는 전혀 다른 공포를 만났다. 자신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여주인공에게 저주를 내린 할머니, 그리고 그녀에게 징글징글한 고통을 받는 여주인공. 영화는 여주인공이 할머니가 내린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이렇게 영화 속엔 그 할머니의 저주와 이에 두려움을 떠는 여주인공의 감정이 충돌하면서 색다른 공포가 나온다.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은 압권 ! 이블데드를 본 사람들이라면 마지막에 살아남은 남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 것이다. 드래그 미 투 헬에서도 마찬가지로 샘 레이미식 엔딩은 계속되는 것 같다.



그래서 샘 레이미식 공포는 '병맛'이다. 어딘가 유치하고 저렴해보이는 설정과 코드를 통해 '헉'소리나는 웃음과 색다른 공포를 동시에 선사하는 것. 이건 절대 그냥 나올 수 없는 감각이다. 오직 '샘 레이미'이기에 가능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또 샘 레이미가 공포 영화를 들고 온다면, 난 주저없이 영화관으로 달려갈 것 같다. 오싹한 병맛을 느끼기 위해! 


.. 뭔가 초췌해보이는 스틸컷.. 잘어울려요...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