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잡지]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 살펴보기

멜로마니 2014. 2. 15. 22:35







'영화'의 어머니가 있다면 그건 프랑스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 카페(Grand Cafe)에서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이었다. 또 1946년 첫 선을 보인 칸느 영화제는 빼놓을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다. 뿐만 아니라 장 뤽 고다르, 트뤼포와 같이 영화사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는 감독들은 프랑스 출신이 많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잡지다. '누벨바그'라는 새로운 영화 흐름을 탄생하게 한 이 잡지는 1951년 조셉 마리 로 두카(Joseph-Marie Lo Duca)와 자크 도니올 발크로즈(Jacques Doniol-Valcroze)에 의해 창간됐으며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 영화 비평가인 앙드레 바쟁(André Bazin)의 경제적 후원을 받았다. 


한국에서 글을 통해 카이에 뒤 시네마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이 잡지를 접했을 때 난 그와는 다른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영화 잡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5.90유로(한화 약 8600원)이라는 가격에 키오스크에서 구입했을땐 비싼 가격에 투덜거렸지만 펼친후 그곳엔 신세계가 있었다.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 아니 이건 잡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얇은 '책'처럼 깊이감이 느껴져 매 호수를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보통 잡지라고 할 경우 심심풀이로 읽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글보단 사진이 많은 편인데 프랑스의 잡지들은 다루는 주제에 따라 잡지의 깊이가 제대로 느껴진다. 비단 카이에 뒤 시네마 뿐 아니라 수많은 잡지들이 '비싼값'을 한다. 그래서 잡지라는 매체가 프랑스에서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이 포스팅을 하는건 딱 하나의 목적이다. 우리의 잡지 시장, 특히 한국의 영화잡지 시장(시장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슬픔..)을 이 잡지를 통해 바라보고싶다는 것. 한국에선 지금까지 많은 영화잡지들이 재정문제로 사라져갔고 씨네21 역시 상황이 썩 좋은편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씨네21에 아쉬움이 있기에 카이에 뒤 시네마와 비교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다음 포스팅엔 씨네21을 다룰 생각. 두 잡지의 목차 및 컨텐츠를 살펴보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이에 뒤 시네마는 2012년 4월판이다.  cahier는 불어로 공책, 노트라는 뜻이다. 




















당시 코폴라 감독의 트윅스트가 나왔을 때였기 때문에 이번 호의 특집은 '코폴라'였다. 




















두께는 이정도. 은근 묵직하다. 총 100페이지정도 된다.




















목차부분





















먼저 가장 앞부분에 총 19페이지 가량으로 '코폴라 감독' 특집이 준비되어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작 관련 감독 인터뷰 및 촬영 감독 인터뷰, 기자 분석이 있다.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아우라 때문인지 거장 감독들의 인터뷰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놀라움이 있다. 거기에 프랑스 특유의 덕후기질로 코폴라 및 그의 신작에 관련된 인터뷰와 글로 아주 제대로 특집을 만들어준다. 이 외엔 영화 비평 코너가 10페이지 정도 있고 다양한 영화 관련 기사들이 18페이지 가량 있다. 여기에 특이한건 바로 '앙케이트'부분이다. 이번호의 앙케이트 주제는 '해적질(불법 다운로드)'이었는데 이에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15페이지 가량으로 소개된다. 영화에 관련된 앙케이트가 심층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카이에 뒤 시네마의 또다른 매력이란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 부분엔 영화 관련 실제 인물을 취재해서 다룬다( 이건 마지막에 소개.. 대박이라서..) 여튼 '페이지'로만 그 컨텐츠들을 이야기했는데 이제 잡지 레이아웃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포스를 느껴보자.














첫페이지부터 찍다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포기.. 나만 느끼는 걸까.. 온통 '글'뿐이다 !!! 이렇게 글이 풍부한 잡지는 사실 나에게 처음이었다. 보통 잡지라 하면 글보단 사진을 보고 후딱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와는 정반대다. 앞에도 말했듯 많은 프랑스 잡지들이 '활자', 즉 글을 통해 진지함을 드러낸다. 내가 프랑스 잡지를 최고라 꼽는것도 그들이 '글'을 통해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깊이감이 느껴지는데 어찌 잡지를 한번 보고 버리겠는가. 여기에 총 16페이지의 레이아웃만 담았지만 나머지 페이지들도 거의 이와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즉, 온통 영화에 관한 '글' 뿐인 레알 잡지다.













 



오른쪽 페이지는 편집장의 말. 이것조차 길다.


















이건 중간에 나오는 '앙케이트'에 포함된 글. 잡지를 통해 영화와 관련된 사회담론을 토론하고 이야기 나눈다는 건 당연하면서도 진지함이 묻어나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활성화 되어야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게 된다.




















이건 맨 마지막 부분에 실린 영화인 이야기. 이번 호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들에서 스크립터로 일했던 실베트 보드로(Sylvette Baudrot)의 인터뷰 및 제작노트가 실려있다. 여기서 완전 뻑갔다 솔직히... 이사람이 진짜 할머니가 됐는데 자신이 참여했던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제작노트를 실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런 컨텐츠를 원한다. 진지함과 깊이, 그리고 영화 제작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컨텐츠 말이다. 너무나 읽고싶어지는건 나뿐일까. 카이에 뒤 시네마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들어가보면 맨 첫 페이지에 이달의 잡지 1면이 소개되며 목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모든건 다 '유료'다. 인터넷을 통해 잡지를 보고싶더라도 따로 돈을 내야한다. 당연한거 아닌가????? 이정도의 퀄리틴데.. 당연히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지!!! 분명 카이에 뒤 시네마는 고퀄리티 유료 잡지다.















카이에 뒤 시네마는 잡지 뿐 아니라 영화 관련 '책'도 낸다. 그 책만해도 종류가 어마어마한데 배우,감독,복제판,영화사,특별판등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 



















이건 배우를 테마로한 시리즈. 좋아하는 배우를 찾아 읽어볼 수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건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나온 감독 시리즈 중 '루이스 브뉴엘'편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가 컨텐츠를 만들고 르몽드가 출판한 시리즈다. 7유로주고 샀음





















코폴라, 데이빗 린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다양한 감독들의 특별판이 있다. 안에 들어있는 컨텐츠는 감독 필모 및 각 영화들의 특징 그리고 인생까지 빼곡하다. 










어쩌다보니 카이에 뒤 시네마 찬양으로 끝내는 것 같네..

난 이런 잡지를 꿈꾼다.. 

아니 이런 잡지라는 말보단,

이런 정신이 담긴 잡지를 꿈꾼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잡지.. 그런 잡지를.. 만들고싶다(?)


갑자기 결론은 잡지 만드는걸로 귀결 ㅋㅋㅋㅋ

아흑.. 열심히 살아야지...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