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쓰고 싶은 영화

[영화/감흥] 디 아워스(2002) - 스티븐 달드리

멜로마니 2014. 8. 21. 00:17



디 아워스 │ 스티븐 달드리 │ 니콜 키드먼. 줄리앤 무어. 메릴 스트립 │ 2002



그대여

난 또 미쳐가기 시작하는데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도

또, 그 과정을 이겨낼 자신도 없군요

헛것이 들리고 정신도 흐릿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 믿어요

그대가 준 행복 말로 다 할 수 없고

당신이야 말로 내게 정말 소중했으나

무너지는 그대 모습 더 이상 볼 수 없어

나 이렇게 떠나요

꼭 행복하세요

글도 제대로 못쓰는 내 꼴좀 봐요

그간의 내 삶과 행복을 지켜주느라

그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참아내며

모두가 날 떠나도 끝까지 내곁을 지켜준 당신

이제 당신을 놔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잖아요

버지니아




감흥 1.  강렬한 여운의 오프닝씬. 템즈강에 들어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 그리고 그와 함께 흐르는 주옥같은 대사. 단연코 이 영화 속 최고의 장면이다.






감흥 2.  댈러웨이 부인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 속 인물들. 자신을 버려가며 인생을 살았던 여인이 어떻게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찾았는지를 눈여겨볼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선택한 한 여성은 자신의 아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지만.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독고다이임. 그럼에도 버지니아 울프때나 지금이나 타자에게 모든걸 걸고 희생해가며 그것을 사랑이고 전부라 느끼는 인간들이 많다. 그럴수록 남는건 공허함 뿐인데. 그리고 상대는 그 부담감에 질식해 죽을텐데. 왜 그걸 모를까. 




결론 : 감흥은 있지만 미치도록 좋거나 끌리진 않은 영화다. 다른 시간 속 연결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세 공간이 너무 이질적으로 다가와 하나의 울림을 주진 못했다. 그리고 난 전후 맥락없이 버지니아 울프부터 시작되는 끝도 없는 우울함이 이해가 안간다. 로라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오프닝이 이 영화를 빛내주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감흥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