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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생선 쿠스쿠스(2007) - 압델라티프 케시시

멜로마니 2014. 8. 20. 23:56




생선 쿠스쿠스 (La Graine Et Le Mulet) │  압델라티프 케시시 │ 2007



쿠스쿠스처럼, 참 사람냄새 나는 영화 !


영화를 본지 6개월째. 너무나 좋게 본 영화였지만 이렇다할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기록만 해두던 차에 오늘에서야 위의 문구가 떠올랐다. 그렇다. 이 영화는 참 사람냄새 나는 영화다. 지구 건너편인 남프랑스에서 펼쳐지는 한 이민자 가족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여운을 주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주인공 슬리만의 쓸쓸한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걸 보니 말이다.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이민자로 살고있는 슬리만은 직장을 잃은 뒤 평소 꿈꿔왔던 일을 해보리라 다짐한다. 바로 레스토랑 사업이다. 그는 이혼했지만 전처의 기가막힌 쿠스쿠스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레스토랑을 차리는 걸 꿈꾼다. 물론 레스토랑이 조금은 특별하다. 항구에 정박된채 버려진 배를 개조해 쿠스쿠스 레스토랑으로 만드는 것 ! 전처와 낳은 자식들 그리고 애인과 의붓딸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적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꿈을 이루는 과정이라 한다면 휴먼드라마의 따뜻함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남프랑스 한 항구에서 실직한 이민자, 그가 꿈꾸는 레스토랑 사업이 시련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오는 가족의 사랑과 갈등을 담는 것. 슬리만은 전처와 많은 자식들을 낳았고 이는 현재 애인과 그녀의 딸과의 갈등을 낳는다. 슬리만을 둘러싼 독특한 가족문화와 관계는 이국적 느낌을 물씬 담아낸다. 


또한 영화는 이민자가 살아가기 너무나 힘든 환경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살지만 이민자라는 이유로 실직을 당하고 대출도 받기 힘든 슬리만은 애인의 딸과 함께 식당 허가를 받기 위해 분주히 나선다. 하지만 이는 쉬운일이 아니다. 대출 직원이 보기엔 허무맹랑해 보이는 선상 레스토랑 사업은 영업 허가를 승인하는 프랑스 공무원들에게도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니까. 모두 냉랭한 반응으로 슬리만의 꿈에 찬물을 끼얹지만 그는 오히려 그들을 위한 파티를 기획한다. 승인을 얻기 위해 배를 개조한 뒤 레스토랑처럼 꾸며 관계자와 마을 사람들에게 쿠스쿠스 요리를 대접하기로 마음먹는다.


영화의 주요 부분은 이 파티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인적도 없는 항구에 무슨 선상 레스토랑이냐는 싸늘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파티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지가 영화의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진 않는다. 집에서 대량으로 맛있게 만들어진 쿠스쿠스를 옮기는 과정에서 전처와 낳은 아들이 쿠스쿠스와 함께 증발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으니까!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들때문에 슬리만은 파티도 내버려두고 아들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이 역시 왠지모를 불안감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파티에서 메인요리 쿠스쿠스를 찾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쿠스쿠스를 찾으러 떠난 슬리만. 이들은 레스토랑을 열 수 있을까?


영화는 이들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고 끝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팍팍한 현실을 담아낸다. 성대한 파티를 열고 슬리만의 레스토랑 사업이 성공하는 미래도 보여주지 않고 그와는 반대로 쿠스쿠스를 망쳐 사업도 망하는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다만 꿈을 찾아 나서지만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는 슬리만, 그리고 그럼에도 그의 곁에서 그를 도와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그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 자신의 새아버지를 위해 어수선한 파티장에서 매혹적인 춤을 추는 딸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슬리만은 참 탈많은 인생사를 살지만 그럼에도 복이 많은 남자임이 분명하다. 맛있는 쿠스쿠스를 만들어 그를 돕는 전처, 배 공사를 돕는 든든한 아들과 파티 준비를 돕는 딸들, 그리고 곁에서 응원하고 위로하는 애인과 그녀의 딸까지 있으니까. 물론 이들 사이에 엉킨 실타래는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그게 사람사는 묘미가 아닐까. 그래서 영화 '생선 쿠스쿠스'는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여기엔 프랑스라는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애환과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강추 영화 !





* 아 여기서 슬리만 애인의 딸로 나오는 합시아 헤지.. 너무너무 예쁘다....ㅜㅠ 

선이 굵은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그녀의 매혹적 춤솜씨를 꼭 감상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