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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웨이스트 랜드(2014) - 루시 워커

멜로마니 2014. 6. 7. 11:52



웨이스트 랜드 │ 루시 워커 │ 2010 │ 빅 무니즈



삶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





'예술이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가 별로 없다. 아주 정확하게 내 마음을 건드려주는 문학을 만났을 때, 날 불편하게 만들고 흔들어주는 영화를 봤을때, 혹은 강렬한 아우라를 뿜는 살아있는 존재를 만났을 때만 '예술이다!' 라고 감탄을 한다. 단순히 미술 전시나 음악 공연을 예술이라 하고 싶지 않다. 마음을 울리는 것도 모자라 뒤흔들어주는 무언가를 만난다면, 그래서 그것을 통해 인생이 전환점을 맞는다면, 그 모든건 '예술'이 될 수 있다. 그 하나에 담긴 진심과 메시지가 사람을 감동케 하는 것이니 예술은 진정 소중한 무언가인 것이다. 그런데 지구 건너편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한 아티스트를 만났다. 바로 '빅 무니즈(Vik Muniz)'다. 빅 무니즈는 뉴욕에서 활동중인 브라질 출신 아티스트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작품을 선보이지만 그는 단 하나의 이야기만을 한다. 바로 '변화'다. 예술의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데에 있다고 믿는 그의 신념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웨이스트 랜드'는 그가 어떻게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터닝포인트를 제공하는지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 작업실을 둔 그지만 그는 자신의 고향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인 '자르딤 그라마초'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작품으로 담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만류하고 걱정하는 작업이지만 그는 자르딤 그라마초에 가서 그곳 사람들을 한명 한명 만나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일 쓰레기를 뒤져 생활비를 벌어사는 그들에게 삶은 희망없는 반복이다. 몇몇은 땀흘리고 노동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편엔 어쩔수 없이 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무니즈에게 좌절과 불안을 표현한다. 그렇게 무니즈는 현실에 직면한 그곳 사람들을 보며  하나의 예술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감동과 감정을 그들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여기서 주체는 자르딤 그라마초에 사는 사람들이다. 빅 무니즈는 그저 이들을 절망 속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무니즈는 먼저 살아있는 존재들을 하나하나 사진속에 담아낸다. 그들은 각자가 자신만의 표정을 하고 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발자취가 얼굴 안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담긴 사람들의 모습은 다시 그들의 양식인 '쓰레기'를 통해 작품으로 완성된다. 모델이 된 사람들은 직접 자르딤 그라마초에서 나온 쓰레기들로 대형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는다. 그렇게 하나의 '예술'이 탄생한다. 버려진 쓰레기로 삶을 살아온 그들의 삶이 다시 쓰레기를 통해 예술로 완성되는 것이다. 부정했던 자신들의 삶이 아름다움으로 재창조 되었을때 그들의 감동은 어땠을까. 높은곳에서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이들은 하나같이 울음을 터뜨린다. 그들의 삶 자체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빅 무니즈는 그들의 삶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작품이 하나씩 완성될수록 한명 한명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현실에 파묻혀 잊고있었던, 포기해야만 했던 작은 것들을 꺼내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 없어 모든걸 버렸던 그들을 위해 빅 무니즈는 영국으로 건너가 경매장에 작품을 팔고 그 돈을 작품의 주인들에게 돌려준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말미엔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쩔수 없이 하나의 방식 만으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알게된 것이다. 한 사람 안에 담긴 수만가지의 아름다움, 그걸 꺼내준 빅 무니즈와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자르딤 그라마초 사람들 모두 2년간 '변화'라는 예술을 만났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 그리고 살아있는 삶이다 ! 예술이라는 단어가 막연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분명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것이다. 예술의 시작은 진실된 아름다움에서 출발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