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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카지노(1995) - 마틴 스콜세지

멜로마니 2014. 3. 22. 23:15


 

카지노 │ 마틴 스콜세지 │ 1995 │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샤론 스톤

 Listen to me very carefully. There are three ways of doing things around here: the right way, the wrong way, and the way that *I* do it. You understand?


 

스콜세지가 없는 미국영화를 상상할 수 있을까? 칠십이 넘어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거장'이란 단어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그를 거장으로 발돋움하게 해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스콜세지의 팬들이라면 비열한거리(1973), 택시 드라이버(1976), 뉴욕 뉴욕(1977), 분노의 주먹(1980). 코미디의 왕(1983) 그리고 좋은 친구들(1990)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주옥같은 작품들엔 그의 분신 '로버트 드 니로(이하 드니로)'가 등장한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가공의 인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 드니로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스콜세지의 영화는 별다른 영화장치 없이 인물의 강렬함으로 자꾸만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걸까. 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영화 '카지노(1995)'에서 만났다. 


영화는 마피아의 밑에서 라스베거스의 카지노를 경영하는 '에이스(드니로)'의 삶을 보여준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도박에 타고난 그는 마피아 아래서 카지노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그의 곁엔 '돈'에 영혼을 빼앗긴 여인 맥케나 로스슈타인(샤론 스톤)이 있다. 한눈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에이스는 자신의 부를 이용해 결혼해 성공하고 그렇게 둘의 덧없는 결혼생활이 주된 흐름을 이룬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인물, 니키(조 페시)가 있다. 마피아들에게 에이스를 보호하라는 명을 받은 니키는 특유의 솜씨(?)로 라스베가스를 접수하고 이는 에이스와의 갈등을 유발한다. 결국 이 세 명이 가진 독특한 성향과 라스베가스라는 특수한 환경이 영화 '카지노'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중간중간 등장하는 에이스와 니키의 나레이션은 영화의 드라마적 성격을 살려준다. 특히 오프닝 및 초반부 나레이션은 영화의 진행방향과 배경설명을 맡는다. 에이스의 차 폭발사건을 오프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카지노가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중반부로 갈수록 인물 한명 한명의 삶과 갈등에 중점을 둔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기준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는 에이스, 그의 곁에서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끼는 맥케나 그리고 에이스고 뭐고 라스베가스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니키는 묘한 갈등구조를 낳는다. 각자의 욕망이 너무나 다르기에 이들의 삶은 만나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물들이 가지는 욕망과 그에따른 대립은 영화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카지노에 집중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길 원하는 에이스와 그에게서 답답함과 갈증을 느끼고 술과 약물에 빠진 맥케나, 거기에 라스베가스를 접수하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가진 니키의 모습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드는 것. 이는 허영과 돈의 상징인 라스베가스라는 공간의 성격도 잘 보여준다. 그 안에서 우린 무엇을 욕망하는지, 그리고 무엇으로인해 괴로움을 얻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소비하고 돈에서 행복감을 찾는 맥케나의 경우 영화 말미에선 공허함에 빠져 비극적 최후를 맞는가하면 권력과 돈을 욕망한 니키는 권력의 핵심인 마피아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결국 우린 각 인물들을 통해 카지노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인물의 개성과 강렬함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니키로 열연한 조페시나 맥케나로 분한 샤론스톤의 미친듯한 연기는 영화에 몰입감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에이스를 맡은 드 니로가 없었다면 영화는 어떻게 됐을까? 사랑하면 믿고 모든걸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에이스, 그래서 맥케나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걸 줬지만 불행하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던 에이스. 맥케나 덕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의 인생을 본다면 관객은 그에게 왠지모를 연민도 느낄 것이다. 모든걸 거머쥐었지만 사랑만큼은 잡지 못했던, 그리고 끊임없이 갈등과 배신을 겪어야 했던 그의 인생은 가장 강렬하게 '카지노'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인생살이이기에 에이스의 모습은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 '카지노'가 보여주는 화려한 세상 속 완벽한 존재 에이스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쓰리게 만든다. 어쨌든 영화 속 빛나는 존재 '에이스'의 명대사를 남기며 마무리를 할까 한다. " 내 말 잘들어봐. 여기 카지노에서 일하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어. 옳은 방식, 틀린 방식 그리고 에이스의 방식. 이해하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