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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행복한 사전(2013) - 이시이 유야

멜로마니 2014. 3. 4. 19:35



행복한 사전 │ 이시이 유야 │ 2013 │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조



'일본스럽다'라는 말을 아시는지? 아직 일본 여행을 해본적이 없기에 내가 만난 일본은 '영화','음악','드라마' 그리고 여행 중 만난 일본인 몇명이 전부다. 이들은 뭔가모를 아기자기함과 수줍음을 가지고 있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항상 '일본스럽다'라는 표현으로 대충 얼버무리게된다. 어쩌면 일본의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일본스러움'에 매력을 느끼는게 아닐까. 영화 '행복한 사전' 역시 그런 소박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전하는 '진심'이라는 메세지가 일본 특유의 수줍음과 만나 조용한 울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마지메(마츠다 류헤이)는 출판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남자다.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성격도 소심한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몇년째 살고있는 하숙집 주인 할머니와 고양이 뿐이다. 그런 그가 '사전'편찬의 일을 맡게되면서 변하는 일상과 세월은 영화의 주된 흐름이다.



십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사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마지메의 인생이다. 매사에 진중한 그는 사전을 만드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주저한다. 그런 그를 잡아주는건 함께 사전을 만드는 동료들이다. 마지메와 정반대 성격으로 그를 응원하는 마사시(오다기리 조)와 젊은 나이에 너의 길을 찾은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응원해주는 하숙집 할머니, 사전 '대도해' 편찬 작업에 사명감을 다하는 편집장까지 그의 곁엔 든든한 응원군들이 있다. 하나의 꿈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 영화는 '디지털시대' 이전의 아날로그적 세상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핸드폰이 나온지 얼마 되지않은 95년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엔 직접 단어장에 연필로 단어를 적고 의미를 적어가며 단어들을 모으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단순하게 반복되는 지겨운 과정에서도 마지메는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정리하고 확인하는 것에 진심을 다한다. 그렇게 진중하게 조금씩 '대도해'의 완성을 현실로 이루려 노력하는 마지메. 물론 그와중엔 몇 번의 어려움과 좌절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태도는 결국 대도해 사전이 탄생될 것이란걸 암시해주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건 마지메의 '사랑'이다. 마지메가 카구야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전 편찬도, 그의 인생도 힘을 얻지 못했을 테니까. 답답할 정도로 진지하고 말못하는 마지메가 하숙집 손녀딸 카구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과정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렇지만 그 웃음 역시 진중하다. 붓펜으로 절절히 써내려간 그의 편지를 통해 우린 살면서 잊고있었던 '진심'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 곳곳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정신없이 쫓겨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의 속도가 영화를 볼 때 만큼은 마지메만의 템포에 맞춰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를 통해 '진심'에 집중하고 속도를 줄였을 때 삶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는 것, 그만큼 감동이 있다는것도 알 수 있게된다. 진심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조금은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참 아름다운 일이다. 마지메와 카구야, 그리고 대도해 사전이 보여주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