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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파이트 클럽(1999) - 데이빗 핀처

멜로마니 2014. 2. 6. 12:30



파이트 클럽 │ 데이빗 핀처 │ 1999 │ 에드워드 노튼, 브래드 피트, 헬레나 본햄 카터



지금 내 삶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일탈할 것인가. 우린 마음 속에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두 얼굴은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싸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켠엔 분명 그걸 벗어나고자하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대부분의 경우엔 그런 욕망들이 패배하고 한구석으로 치워지기 마련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그리고 그 틀을 깨기 위해선 웬만한 의지와 노력으론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바로 그 틀을 깬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영화 '파이트 클럽'의 주인공 잭(에드워드 노튼)이다.


자동차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는 잭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남의 슬픔을 위안받아가며 의미없이 살아가는 회사원이다. 그런 그에게 비행기 안에서 타일러 더튼(브래드 피트)가 말을 걸어온다. 딱히 직업도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타일러 더튼의 모습에서 흥미를 느낀 그는 자신의 아파트가 폭발 사고를 당하자 타일러와 함께 살게된다. 그리고 그의 삶은 제대로 망가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 터닝포인트엔 '파이트 클럽'이라는 비밀단체가 존재한다. 타일러와 잭이 서로를 때리며 몸을 부딪히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고 잭은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 거기에 파이트 클럽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삶의 의미를 잃었던 사람들이 모여 제대로된 쾌감을 맞보며 클럽은 커지게 된다. 물론 딱 여기까지가 좋았다. 후에 벌어지는 일들로 잭은 점점 더 그 바닥까지 내려가게 되니까.


하나의 조직이 되어버린 '파이트 클럽'엔 우두머리격인 타일러 더튼이 있다. 그는 잭과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거대 도시를 움직이는 소비와 기업을 거부하고 이것들을 무너뜨리자고 말하는가 하면 현재의 시대는 '정신'의 대공황 시대라고 하며 소유물에 저당잡히지 않는 자유의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타일러에게 어쩌면 파이트 클럽은 서로를 죽기 직전까지 때리며 자신도 신체적 고통을 받는 과정을 통해 '나'라는 만들어진 존재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것들로 만들어진 나를 무너뜨리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더러운 존재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잭은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맨몸으로 부딪히고 고통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면서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자해하는 것 까지 가능할 때 우린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잭은 평소 눈치보던 상사에게도, 자신이 지탱하려 애썼던 소비의 일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영화 중반쯤이 되면 우린 잭과 타일러 더튼이 동일 인물이란 걸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잭의 머릿속에서 현재의 삶과 너무나 다른 '타일러 더튼'의 모습을 욕망한 것. 소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있어보이게 만들어야 하고 또 그 소비를 위해 비굴하게 회사에서 일을해야하는 그의 머릿속엔 그와 반대되는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억제될수록 더 크게 튀어오르는 법이다. 거대 도시를 움직이는 신용카드 회사와 대기업들을 부숴버리겠다는 강력한 존재 '타일러 더튼'을 키워온 것도 잭의 인생이 그만큼 무미건조하고 억눌려있음을 반증한다. 결국 잭은 '타일러 더튼'이란 존재가 자신이란걸 알아채고 영화 말미에서 스스로에게 총을 겨눈다. 그렇게 스스로를 죽여야만 폭주기관차같은 그의 욕망들이 멈춰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최고로 뽑는 영화 마지막 엔딩에선 잭과 말라가 두 손을 잡고 그들의 세계를 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잭과 타일러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 바닥까지 떨어질때 난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다. 누군가는 그들의 삶이 미친짓이라 해도 난 그렇게 맨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번쯤 우린 일탈을 꿈꾼다. 지금 내가 사는 세계, 우리가 꾸역꾸역 지탱해나가는 이 시스템들이 완전히 전복된다면? 그리고 잃을것도 없고 죽음도 두렵지 않은 그런 맨얼굴의 세상이 된다면? 파이트 클럽은 그런 세상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거창한 꿈 이전에 맨몸으로 세상과 맞짱 뜰 준비는 되어있냐고 물어보는 작품이다. 삶은 아는것이 많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오직 '행동'했을때만 달라진다. 나는 '잭'만큼 그 행동의 바닥을 칠 수 있을까? 이제 나도 파이트 클럽으로 정신 근육을 단련하고 싶어진다. 철저히 부서져보자!






* OST 투척 ! 엔딩장면에서 흐르는 곡, 




출처 : http://youtu.be/RCD14IrOcIs


좋구나~!!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언제나처럼..

서울아트시네마, 좋은 작품 상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