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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 고레에다 히로카즈

멜로마니 2014. 1. 12. 00:4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 2013



영화를 보기 전 제목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읽으며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나름의 상상을 해왔다.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담았겠지라는 추상적 지레짐작과는 달리 영화는 그보다 한차원 가깝고 어려운 이야기를 보여줬다. 만약 7살까지 키운 아이가 당신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면? 당신의 진짜 아이는 정반대의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면?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들은 어떤 결정을 할지 묻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중요한건 역시 '사랑'과 '애정'임을 보여준다.


영화 속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와 그의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 그리고 그들의 사랑스런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가 있다. 이들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지만 케이타가 태어난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 모든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6년간 키운 케이타가 자신들의 자식이 아니란 걸 알게된 료타는 자신의 진짜 아들을 키우는 가족들과 만나 천천히 시간을 함께 가지며 아이를 바꾸자고 말한다. 그렇게 영화는 두 가족이 자식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가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를 통해 발견하는 '사랑'의 감정은 료타를 흔들어 놓는다.


글렌굴드가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중간중간 들어갈때마다 료타의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은 조금씩 변주된다. 주인공 료타는 아이와 가족을 위하는 일이 자신이 직장에서 성공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피아노 학원을 보내는 등 교육을 중시하는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 아버지에게 결핍을 느꼈던 기억들을 부인하려 하지만 그때의 아버지처럼 똑같이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가족과는 너무 다른 한 가족과의 만남은 그를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의 진짜 아이를 키우고 있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가족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 작은 동네에서 전파상을 하며 아이 셋을 키우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료타에겐 왠지모르게 이질적이고 불쾌하기만 하다. 특히 돈보다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해주는 전파상 주인의 모습에서 그는 묘한 질투심도 느낀다.


영화는 그렇게 한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를 통해 자신이 아이를 대해왔던 모습들을 살펴보는 과정을 담는다. 일에 파묻혀 있던 자신의 모습을 친자를 키워왔던 전파상 주인 유다이(릴리 프랭키)를 통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아이를 사랑해왔던 방식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핏줄만이 아들이라고 여겼던 생각도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6년간 함께해왔던 케이타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친아들이 오자 조금씩 새롭게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이미 친아들에게 진짜 아빠는 유다이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사람을 아버지와 어머니로 생각하는 건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일테니 말이다. 료타가 아무리 노력해도 친아들이 아빠라 불러주지 않을때 그는 실망을 한다. 하지만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자신을 '아버지'라 생각하는 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이는 자신과 6년을 함께했던 '케이타'라는 것을. 뒤늦게 케이타가 자신에게 보인 사랑을 깨달은 그는 케이타를 찾아 전파상을 찾는다. 그리고 영화의 결정적 순간이 다가온다.



 



아직도 이 장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자신이 아버지라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을 집이 아닌 다른곳으로 놓고 가버렸을 때 케이타의 마음은 어땠을까. 얼마나 무섭고 슬펐을까. 뒤늦게 자신이 케이타의 아버지임을 깨달은 료타가 전파상을 찾았을 때 케이타는 숨어버린다. 아버지가 자신을 떠났다는, 그리고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진 케이타는 원망과 미움의 눈빛으로 료타를 바라본다. 그리고 전파상을 나와 한없이 걸어간다. 그런 케이타의 뒤에서 조용히 고백하는 료타. 이제야 깨달은 케이타에 대한 사랑과 케이타에게 받은 사랑을 고백하는 료타는 그 순간 진짜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라는 말은 단순히 자신의 피가섞인 자식을 낳아서 불려지는 호칭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희망을 보듬고 살피는 과정에서 그 아이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진심'인 것이다. 







그렇게 영화 마지막 료타는 케이타의 손을 잡고 진짜 아버지가 된다. 이 영화가 아름답고 따뜻한건 우리 모두가 '아버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진짜 아버지는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일임을, 그리고 그렇게 보살핀 과정에서 아이가 느낀 사랑을 통해 '아버지'가 탄생할 수 있음을 영화는 분명히 말해준다.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면, 세상은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우린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이유없이 그저 보듬고 사랑해주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는 그에게 '아버지'라 부를테니까.





* 케이타, 고마워. 너의 초록빛 눈망울을 절대 잊지 못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