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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변호인(2013) - 양우석

멜로마니 2013. 12. 29. 22:02



변호인 │ 양우석│ 2013 │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시완 



실화에서 오는 감동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을까. 이렇게 울컥할 수 있을까.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티브로한 영화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쏟게 하는 건 영화 속 부조리한 세상이 현재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1981년 전두환 집권 당시 그가 권력 유지를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탄압했던 '부림사건'을 보여주며 멀지않은 역사를 돌이킨다. 기득권의 폭력과 억압으로 얼룩진 역사는 관객들에게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또 국민이 아닌 그네들을 위한 권력을 국가라 생각하는 집권층은 과거를 통해 별반 다를바 없는 현재도 돌아보게 한다.


변호인이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건 무엇보다 영화가 평범한 한 인간이 사회 운동에 뛰어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에 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 돈을 내지 않고 식당을 도망나왔던, 고졸출신 판사로 이방인같았던 그는 부산에서 누구나 꿈꾸는 생활을 하게 된다. 부동산 등기, 세금등 돈을 위해 변호사를 하는 그에겐 우리의 소시민적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영화 중반 부산상고 동창들 앞에서 유세를 떨며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비판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게 세상에 무지했던,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그가 어떻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을까?




그 전환점은 아주 단순했다. 거대한 포부를 가져서도, 용기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힘든시절부터 함께해온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국보법 위반으로 잡혀가 반쯤 미쳐있는 모습에서 그는 큰 충격을 받는다. 영화 속에서 송우석(송강호)이 재판의 부조리함을 토로하며 '이러면 안되는거잖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사회의 '상식'이 깨졌을 때, 부조리함을 마주할때 인간이라면 느끼는 당연한 정서다. 그는 바로 그 지점에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상식에 맞지 않는, 부조리한 세상의 피해자들을 위해, 작게는 국밥집 아들 진우(시완)를 위해 변호를 하는 것이다. 영화 속 그가 느끼는 분노와 그 모습에 공감하고 울분을 느끼는 건 인간이 가진 양심과 상식이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에게 싹터있음을 잘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결국 마지막에서 터져버렸다. 그래서 나에게 영화 속 최고의 씬은 마지막 씬이다. 부림사건 이후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 송우석이 재판을 받게될 때 그를 변호하기위해 나선 수십명의 동료 변호사들이 하나씩 일어서는 순간 난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영화 내내 '송강호'라는 배우의 높은 장악력과 몇몇 허구적 설정으로 실제 인물인 노무현 전대통령이 아닌 송우석을 마주했지만 마지막 씬에서 만큼은 노무현 변호사가 보였다.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했던 변호인이 피의자석에 앉았을 때, 그를 위해 수많은 변호인들이 함께해주는 장면에서 회한과 먹먹함이 날 흔든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엔 한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면서 부조리와 억압을 받을 때 그걸 변호해줄 누군가가 있었는지를, 또 그들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 약한자의 편에서 변호를 맡은 그 사람을 이제 우리가 변호할 차례다. 





* 부림사건 관련 인물과 자료가 잘 정리된 글 : 여기에 당시 사건을 맡은 판사의 현재모습도 나와있다. 역사를 기억하고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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