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쓰고 싶은 영화

[영화/고전] 영화와 삶이 하나인 그곳 - 시네마 천국(1988)

멜로마니 2014. 2. 22. 01:53




시네마 천국 │ 쥬세페 토르나토레 │ 1988 



'책'에도 고전이 있듯, 영화에도 고전이 있다. 지금 당장 고전이란 말을 떠올려보면 비비안 리가 나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자크 드미 감독의 '쉘브르의 우산', 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정도가 생각난다. 고전이라는 말에서 '오래된'이란 느낌에 중점을 뒀을 땐 이렇게 옛날 영화들이 주로 떠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른 종류의 고전도 있다.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그런 영화들. 그런 의미에서 '시네마 천국'은 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삶의 어려움을 만나고 답답함을 느낄 때 옛 고전들을 읽고 힘을 얻듯, 고전 영화들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자양분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이작펄만이 연주하는 영화 ost를 즐겨듣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시네마 천국의 ost의 1번트랙 'cinema paradiso'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래서 간만에 본 영화 '시네마천국'. 영화 리뷰를 남길땐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 하는데 이 영화 만큼은 괜시리 감성에 젖게된다. 누군가 그랬었다. 좋은 책은 시간이 흘러 봤을때 또 새롭게 다가온다고.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걸 경험했을때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본 시네마 천국은 나에게 새로운 여운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가 소중한건 무엇보다 '인생'이 가지는 아련함을 잘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흘러간 세월 속에서 그시절 풍경들과 환하게 피었던 사랑이 마음 한켠을 아련하게 하는 것. 특히 어린 '토토'가 살았던 작은 마을의 삶은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마을의 모습은 우리에게 알 수 없는 향수를 자극한다. TV가 보급되지도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이토록 아련할 수 있을까. 디지털 세대인 나에게 온 동네 사람들이 극장에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은 왠지모를 따뜻함과 그리움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종교의 엄격함으로 잘려나간 키스신에 안타까워 하던, 영화에 빠져 극장에서 울고 웃는 관객의 모습엔 분명 그만의 순수함이 담겨있다. 그 시절 속 영화라는 존재, 그것은 분명 삶의 일부분이었다.






꼬마 '토토'가 나이가 먹어 감독이 되기까지의 인생을 보여주는 '시네마 천국'은 결국 토토의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TV가 보급되기 전 마을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영화'와 함께 자란 토토는 인생 그 자체가 영화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온 마을사람들이 애용하는 작은 영화관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투닥거리며 필름 영화의 세계를 함께하게 된 것. 키스신같은 삭제된 필름들을 한가득 모아두고 틈날때마다 영화관에 들락날락거리는 토토와 그의 곁에 있는 알프레도는 나이를 넘어선 친구가 된다. 더없이 순수한 그들의 시간들은 잡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간들은 영원하지 않다. 어쩌면 그렇기에 그 시간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토토가 청년이 되어감에 따라 '영화'는 점점 사람들에게서 그 존재감을 잃어간다. 바로 TV라는 매체의 등장 때문. 이젠 영화관을 따로 가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 리모콘을 돌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영화와 삶이 하나였던 순간들이 흐르고 토토는 장님이 된 알프레도와 인생의 고민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청년인 토토에게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랑'이다. 엘레나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토토가 끝이 없는 사랑의 고통을 맛보게 된 것. 이루어질 수 없는 그녀와의 사랑 앞에서 그는 결국 모든걸 체념하고 마을을 떠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토토는 최고의 감독이 되기에 이른다. 감독이 된 후엔 한번도 마을을 찾아가지 않은 토토가 다시 몇십년만에 마을을 가게 된 것엔 알프레도의 지독하고 모진 부탁이 있었다. 절대 다시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는 알프레도와의 약속을 지킨 토토는 그렇게 그의 죽음으로 인해 마을에 오게되고 너무나 변해버린 마을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마을에 돌아온 그는 알프레도의 장례식 기간 동안 자신의 추억을 마주한다. 분명 마음 한 켠엔 있었던 그곳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나 영화관이 철거되는 폭발장면을 마주하는 그의 모습엔 과거의 향수와 씁쓸함이 담겨있다. 거기에 더해 토토는 엘레나와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평생 자신에게 의문만을 안겨줬던 존재를 만나게 된 것. 그렇게 둘은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돌아보며 무엇이 그들을 갈라놓았는지 알게된다. 그리고 다시 잃어버린 사랑을 찾게 된다. 물론 그들을 갈라놓은건 알프레도의 의도였기에 토토는 죽은 알프레도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답답함만을 느낄 뿐이다. 영화 마지막, 서운함과 답답함이 가득한 그에게 죽은 알프레도는 오래된 영화 필름을 건넨다. 그리고 알프레도는 '영화'라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토토에게 말을 걸어온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천국같은 영화세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순진무구했던 어린시절이 영화를 통해 '천국'을 보여줬다면, 쓸쓸함과 회환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는 장년의 토토의 모습엔 분명 그만큼의 안타까움과 슬픔도 존재한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단순히 초기 영화관의 빛나는 시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울고 웃었던 관객들의 인생을 담아낸다. 시간이 흘러 영화관도 사라지고 사람도 떠나지만 가득 피었던 사랑과 삶에 대한 기억들이 우릴 진정 '천국'으로 안내해주는 셈이다. 결국 우리가 어느 순간 감상에 젖어 지난날을 회고할 때, 가장 빛났던 그 순간들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듯 영화 '시네마 천국'도 우리가 살아왔던 인생길을 돌아보고 반추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시네마 천국은 흘러간 세월들을 돌아보며 함께 아련함을 나누는 최고의 고전이 아닐까. 



* 엔니오 모리꼬네의..명작 OST *




출처 : http://www.youtube.com/watch?v=pryvGsgfTiQ&feature=share&list=PL9BB1B6300C2B5CB7&index=3


전 트랙이 다있네..ㅎㅎㅎ

이곡만 들음 뭔가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