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쓰고 싶은 영화

[영화/리뷰] 애수(1940) - 머빈 르로이

멜로마니 2014. 3. 30. 17:28



애수 │ 머빈 르로이 │ 1940 │ 로버트 테일러. 비비안 리



이럴수가. 울어버리다니. 그것도 꺼이꺼이 눈 퉁퉁 부어가며 울다니. 



지난 토요일, 잠이 안와 영화 애수를 봤다. 어렸을 적 TV론 본 적이 있었지만 제대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비비안 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별 기대없이 봐서였을까. 생각치 못한 먹먹함을 마주했다. 오프닝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뻔한 내용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이야.. 마지막 부분에선 여주인공의 결정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는 1차세계대전 중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를 담아낸다. 명문가 출신 대위 로이(로버트 테일러)는 공습 경보로 피하던 중 우연히 댄서 마이러(비비안 리)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단 이틀만에 로이와 마이러는 결혼을 약속하지만 이는 전쟁으로 인해 흐지부지되고 마이러가 로이의 전사소식을 접하면서 둘의 이야기는 잠깐 멈춰진다. 로이가 없는 마이러는 댄서도 그만두고 생활비도 없었기에 몸을 팔았고 그렇게 매일 런던을 돌아다니며 몸을 파는 일을 하던 마이러는 역에서 죽은줄만 알았던 로이와 운명적 재회를 하게 된다.


짐작이 갈테지만 마이러는 절대 로이에게 자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밝히지 못한다. 사실대로 말할지 고민에 빠지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로이의 저택으로 함께 가 가족들을 만나는 마이러. 생각치도 못한 행복함을 느끼는 그녀지만 마음 한켠엔 로이를 속이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불안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만 했던, 그래서 자신의 몸이 더럽혀 졌다고 생각하는 그녀를 로이가 받아줄지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 있을테니까. 이 복잡모호한 심경은 여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전쟁 중 사랑을 택하고 모든걸 버린 여자가 삶을 이어갈 방법은 몸을 파는 것 뿐이었으니 그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


결국 마이러는 그런 자신을 자책하며 로이를 떠난다. 자신의 과거에 조금만 떳떳했어도, 좀 더 당당했어도 둘의 사랑은 더 꽃피지 않았을까. 결국 영화는 서로를 잡지 못한 둘을 통해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선 특히 마이러의 비극이 가장 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후 모든걸 버렸지만 어떤것도 얻지 못했던 마이러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서글픈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이런 것들이 나에겐 순진하고 유약한 여성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뭐 오래된 흑백영화이니 그시절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에 많은 공감을 했을테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좋은건 '사랑'의 순간과 선택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둘은 곧 헤어져야 할 사이인 걸 알지만 결혼을 약속하고 서로를 갈망한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시한부같은 인생을 사는 로이와 앞날이 불투명한 마이러가 '사랑'을 통해 삶의 희망을 발견한 것. 그렇게 단 몇일만에 사랑에 빠지고 그걸 확인하고 결혼하는 과정은 그들이 가진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준다. 이만큼 강렬한 경험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이러는 온 인생에서 로이만을 바라보고 불행한 삶을 감내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처음과 끝엔 나이가 지긋하게 든 로이가 런던의 워털루 다리에서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둘의 지난 사랑은 답답할 정도로 먹먹하고 안타깝지만 로이는 그녀를 회상하며 또 삶을 이어나간다. 사랑이 강렬한 만큼, 그리고 이루지 못한 만큼 아쉬움은 남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 서러움 속에서도 행복했던 순간들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기에 우린 힘을 내어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아무리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이더라도 가장 뜨거웠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면 모든 사랑은 그마다 의미와 가치가 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마이러와 로이의 사랑처럼 !




갠적으루 여기에 나오는 로버트 테일러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최근 만났던 남자와 풍기는 이미지가 비슷했음. 콧수염이나 담배 피는 방식이나 콧날이나 그런게 너무 비슷했다.

어쩌면 내가 호감을 느꼈던 것도 애수에 나온 로버트 테일러의 모습과 유사해서 그런거였나..

아 진짜 여기서 로버트 테일러 진짜 진짜 멋있다!!!!!!!!!





아 이거보니까 영화 말레나 생각난다. 난 마이러보단 말레나같은 여자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