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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단상] '두번째 사랑(Never Forever)' 김진아

멜로마니 2013. 2. 26. 00:06

 

 

 

 

두번째 사랑 │ 김진아 │ 2007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이 영화를 곱씹어보면 이 한 문장이 떠오른다.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 그곳엔 분명 균열이 있다. 균열을 메꿔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신기하게도 사랑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슬플 수 있는 건 이미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있더라도 균열을 통해 또다른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영화 '두번째 사랑'은 그래서 사랑의 균열에서 시작되는 또다른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주인공 지하와 소피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큰 결핍을 안고 있다. 여주인공 소피는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남주인공 지하는 뉴욕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며 돈을 위해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하루빨리 돈을 벌어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데려올 생각만 하는 그에게 소피는 돈을 줄테니 아이를 갖게 해달라 제안한다. 그렇게 소피의 결핍인 '임신'과 지하의 결핍인 '돈'은 서로를 만나 해결된다. 하지만 그러면서 치명적인 사랑은 시작된다.


분명 소피는 자신의 남편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어 힘들어하는 그를 보며 자신처럼 아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핍에서 지하와의 사랑은 시작된다. 자신은 사랑이라 생각하지 못할만큼 지하와의 관계는 정신없이 진행된다. 그렇게 둘은 갈팡질팡하며 헷갈려하고 결국 모든건 파국을 맞는다. 영화 끝에서 소피는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지만 남편과 헤어진다. 그리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그렇게 두번째 사랑의 끝엔 홀로 선 여인 뿐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후의 씁쓸함은 아마도 '끝없는 균열'에서 오는 것 같다. 바꿔 말한다면 우린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결핍을 느낀다. 그리고 그 틈을 뚫고 또다른 사랑이 소리없이 파고든다. 돈을 위해 소피와 이유없는 성관계를 하는 지하는 점점 소피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도 불쾌해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도대체 사랑은 어디서 오는걸까? 라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육체적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육체적 관계가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그보다 '균열'을 이야기 한다. 우리 각자가 가진 균열들, 그 균열들이 누군가와 만나 채워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랑이 탄생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곁에 누군가가 있더라도 여전히 균열이 남아있다면, 두번째 사랑은 언제든 시작될 여지가 있다. 그게 사랑의 즐거움 또는 괴로움이 아닐까.  


 

사진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Story.do?movieId=42220&t__nil_story=tab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