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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단상] 아리랑(2011) - 김기덕

멜로마니 2013. 2. 10. 13:11

 

 

아리랑 │ 김기덕 │ 2011

 

 

나에게 한국영화 최고의 감독은 '이창동', '김기덕' 이 두 분이다. 그들의 영화 속엔 세상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표현 및 해석의지가 또렷하게 보인다. 그렇게 두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들의 생각은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창동 감독님 작품의 경우, 보다보면 곰곰히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퍼즐처럼 모든게 맞춰진다. 아 그랬구나.. 이런 이야기를 그래서 보여준거구나.. 라는 생각에 영화감상 후 그 영화가 내 삶에 녹아들어버렸다고 느껴질 정도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다 김기덕이다. 김기덕의 인생이 담겨있다. 김기덕이 본 세상, 김기덕이 경험한 일들, 김기덕이 생각하는 일들..  그의 온 인생을 보여주는게 작품마다 녹아있다. 어떤이는 그의 영화를 보며 불쾌하고 우울해하지만 나의 경우엔 정반대였다. 보다보면 그 이질적이고 낯설은 이야기와 표현들을 볼때 느껴지는 깨림직한 느낌이 어느순간 허물어져버린다. 도통 모르겠다.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대문, 나쁜남자, 피에타의 경우엔 특히 김기덕의 영화가 아니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세상들이 보인다. 그런 그의 영화가 좋다. 자신의 전부를 담아내고 표현하려하는 그의 욕구가 좋다. 거리낌 없이 표현된 그의 작품속엔 내가 가진 욕구, 분노, 슬픔, 불안 그리고 고민들도 담겨있다. 영화로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삶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멋진 감독이다.

 

원래 감독으로서 이렇게 좋아했지만, 아리랑을 보고나서는 인간 김기덕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 같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오롯이 자신을 담아 영화를 표현한다'고 느꼈던 것도 아리랑을 보면서 느꼈던 점이다. 진짜 이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그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사는구나.. 라는걸 느꼈다. 아리랑에서 보여주는 그의 고민, 회한, 분노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동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큐방식으로 자신이 자기를 찍고, 자기와 대화하고 사는 모습들을 스스럼없이 담아낸 이 영화는 별다른 인위적 설정없이도 역시 김기덕스럽다. 그의 인생이 곧 영화기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저 무디게 살아가는걸 넘어 자신의 인생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담겨있어 좋다. 인간다운 삶의 모습이 보는 내내 느껴졌다.

 

처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본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때 본 '파란 대문' 은 지금도 내맘속의 영화 TOP 5 중 하나다. 파란대문은 어린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불쾌감과 충격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상한 영화였다. 그의 영화들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항상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처음엔 영화 속 절름발이같은 인생이 너무나 싫었지만, 결국엔 내가 보기싫어하는 세상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그는 관객에게 영화를 통해 살아가면서 인간이 겪는 갈등, 모순, 불협화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묻는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히 더럽고 비참한것, 아웃사이더의 문제로 규정할것인지에 대한 물음도 던진다. 그래서 난 김기덕 감독이 좋다. 세상의 불협화음들도 아름다움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게해주는 사람이란 생각을 해보면서 .. 정말 멋진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기덕 만세 !

 

* 사진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64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