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순간일기] 행복하다는거

멜로마니 2014. 3. 13. 23:39




가끔 타의에 의해 '가장 행복한때가 언제였냐'고 질문받을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억지로 기억을 꺼내려 하기에 내가 날 조작한다고 느낄때가 많다. 바로 생각나는게 없으니까 자꾸 억지로 기억을 재생산하고 주문을 거는거다. 그런데 저번주 뒷산에 오르던길에 딱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랐다(프루스트가 보여주는 비의지적 기억처럼, 묻혀있던 과거의 순간들이 산에서 불던 바람을 통해 깨어났달까. 역시나 프루스트는 위대하다ㅜㅠ). 바로 '노르망디'에서 보낸 단 몇 일의 기억이다.


항상 답답한 곳에서 살아왔다. 서울에서 이십년 넘게 살아와 좁고 빽빽한 건물숲이 익숙했다. 동시에 한번도 '혼자'가 되어본 적도 없다. 식구수 많은 집에서 간섭당하며 살아오다보니 무의식적으로 항상 '혼자'인걸 원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었던 순간, 노르망디의 끝없는 지평선을 보며 홀로 걸었던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했나보다. 그때 드넓은 봄의 평원을 맘껏 뛰어다니던 강아지 막스가 생각나네.




걷고 걸어도 끝이 없는, 그리고 저멀리 지평선이 아득한 세계를 만나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찌보면 내가 지리산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촛대봉에 섰을때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과 산의 모습들..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그곳에 서서 바람을 맞는 일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래서 자꾸 그런 경험들이 하고 싶어진다. 그때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알게되니까!


그렇기에 '경험'은 위대하다. 재수가 좋다면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생각치못한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오감이 열리는 일을 경험할 수 있고 거기서 오는 감탄과 행복이 또 삶을 이어가는 힘이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건 시간이 흐른뒤에 알 수 있다.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먹다 불현듯 유년시절을 떠올렸던 것 처럼, 별볼일 없는 작은 경험이더라도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면 인생은 그걸 통해 새로운 길로 들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또 새로운 경험들을 마구마구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