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인문학은 '스펙'이다?..꺼져!!

멜로마니 2014. 3. 2. 12:01





대학가, 서점, 회사까지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몇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인문학'이 점점 우리 삶과 멀어지고 겉돌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 승진을 하기 위해 인문학이 하나의 소양으로 요구되는 세상에선 억지로 만나 쌓아야만 하는 하나의 스펙일 뿐이니까.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인문학 서적들의 제목만 살펴봐도 그 '목적'이 의심스러운 책들이 많다. 돈을 위해, '창조력'이라는 기업의 힘과 마케팅을 위해 인문학이 팔리고 있는 것. 정말 이게 인문학일까?


인문학은 '사람(人)'을 살피는 모든 학문이다. 학문이라 생각하면 추상적일 수 있지만 인간에 관한 모든 공부와 생각이 여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살아온 기록인 역사도 인문학이고 그들이 써낸 문학 역시 인문학이다. 또 수천년동안 존재에 대한 물음과 고민을 던진 '철학' 역시 인문학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수단인 언어 역시 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해보면 단순한 호기심에서 읽은 책, 우연히 들은 음악에서 인문학과 첫 만남이 시작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가질 때 우린 이미 인문학적 사고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인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고민하고 사유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그에 관한 내 생각을 요구하는 것. 사유를 한다는건 자신의 판단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즉,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 고민하는걸 통해 자신의 의견이 만들어지고 표현되는 것이다. 여기서 '회의'와 '의심'도 새롭게 나타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단순히 내가 적응하고 살아가야하는 당연한 곳이 아니라, 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과 내 삶의 방향에 의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인문학이 던져주는 소중한 힘이다. 의심하지 않고 사유하지 않는 건 자신의 인생도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지는 것'과 다를바가 없으니까.


그래서 인문학은 사람을 바꿔놓는다. 달리 말하면 '반기'를 들게 만든다. 기존의 시스템과 관습에 의문을 던지고 내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인문학을 주장하는 신문기사를 볼때면 그 졸렬함에 냉소만 내뱉게된다. 진짜 인문학의 세계는 그렇게 적당히 돈의 노예로, 부속품으로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곳을 박차고 나와 너의 인생을 시작하라고 말해줄 테니까. 하지만 모든걸 '돈'의 가치로 바꾸는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은 잘 팔리고 있으니 이 현상 역시 참 아이러니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뭐든 적당히 잘 버무리고 잘 팔리면 그만인 것 같다.


인문학이 최고라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에게 '인문학'이란 말이 너무 어렵고 낯선 단어이기에 거기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사회에선 주입식 교육과 암기하는 방식으로 모든걸 배워왔으니 내 생각을 가지고 표현하는건 너무나 낯설고 힘든 일이다. 성년이 되어도 의심하고 사유하는 것이 교육을 통해 갖춰지지 않은채 꼬마아이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오니 그저 TV와 신문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환상들을 내 생각이라 믿고 사는게 더 편하고 머리도 안아프다. 생각하고 고민하는게 피곤해져버린 사회, 그래서 의문도 갖지 않고 그저 남들 쫓기 바쁜 사회, 이곳에서 인문학은 더 외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