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잡설] 사랑이 밥먹여주냐

멜로마니 2014. 2. 13. 13:04




물론 아니다. 사랑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사랑은 밥을 먹고싶게 만들어준다. 더 살고싶게 만들어준다는거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무기력함을 느끼는 경우 그건 이미 사랑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보통은 단순한 개인적 슬럼프로 넘겨버리지만 그건 안타깝게도 사랑이 다른 방향을 원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사람만을 사랑할 필요도 없다. 어떤 음악, 동물, 작은 물건까지 사랑의 대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 결국 사랑한다는건 무언가에 관심을 쏟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뭔가를 알고싶고 느끼고 싶을때, 그때 우린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사람을 사랑하는 경험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연애를 말하는게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와 호흡하는걸 말하는거다. 타자와 내가 함께 서로가 가진 세계를 보여주고 나누는 것 말이다. 난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지난 사랑에서 배웠다. 한 사람이 가진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제서야 알게됐다. 내가 먹고 듣고 보고 생각하는 수많은 것들이 지난 사랑과 구축했던 것들이기에 우리가 만들었던 그 세계는 특별하다. 그리고 유일하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되면 그사람이 가진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내가 만난 사람의 세상이 너무 작거나 없을 수 있다. 그럴땐 과감히 떠날줄도 알아야한다. 내가 알고싶은 세상을 가지지도 않았는데 그저 시간때우기용으로 만나는건 슬픈일이니까. 많이 만나야 세계에 대한 분별력도 생긴다.


자꾸 '세계'라는 단어를 써서 왠지모르게 광대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세계'다. 내가 관심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영화','음악'이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해준것도 나에겐 지난 사랑의 힘이었다. 그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되었고 난 거기서 또 한걸음 나가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섰다. 끊임없이 만나야 지금 보는 세상과는 또다른 세상도 보인다. 그렇기에 나와 전혀다른 사람을 만나는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즐겁다. 넌 어떤 세상을 가지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난 너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된다. 그러면서 또 새로운 세상이 생기는 것 아닐까. 이게 결국 예술이 아닐까. 그렇다, 사랑은 예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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