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야당이 나아가야할 길

멜로마니 2014. 2. 25. 22:05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후보의 득표율은 51.6%, 문재인 전후보의 득표율은 48%였다. 생각해보면 투표자 2명 중 1명은 박근혜를 찍은 것이다. 이걸 바꿔 말해 본다면 2명 중 1명은 문재인 의원을 찍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대선 직후엔 길거리를 나가면 모두가 다 적으로 보였다. 선거에선 당연히 모두가 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으니 두려움과 실망감이 한꺼번에 왔달까.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것처럼 같지 않구나, 사람들 생각은 다 다르구나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가장 많은 생각을 한건 사람의 사고라는 것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돈'이 최고라 가르치는 편협한 교육, 권력이 만들어낸 지역감정, 논리적 판단이 결여된 맹목적 믿음의 정치 성향, 권력의 하수인인 언론까지 수많은 장애물들이 한국 사회를 자꾸만 뒷걸음질 치도록 만든다. 또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도시와 지방의 차이를 만든 장본인들이 오히려 지방과 시골 사람들에게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또 새로운 권력을 얻는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차별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그 상황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자신들의 대표라 뽑고 있는거다. 이는 아주 맹목적인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무서운거다. 그리고 이게 잘못됐다고 자각하는건 너무나 어렵다. 죽을때까지 절대 변하지 않는거다.


이렇게 현 상황과 앞으로의 미래에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는데 지난 주말 택시를 타고 기사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며 좀 더 가까운 문제가 무엇인지 절감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희동을 지나며 전두환 대통령의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대충 어디쯤이라 말씀드리니 그의 이어진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나는 20대라 모르겠지만 자신이 살았던 박정희, 전두환시대엔 얼마나 잘 살았는지를 아는지, 그땐 일자리가 넘쳐 흘렀고 돈 걱정이 없었는지 너무나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잘못된 정치를 한 탓에 우리나라가 이꼴이 되었다고 말씀하는 모습에 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체념하게됐다. 이미 60대를 바라보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생각을 바꿀 순 없어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 무조건 그르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도 수없이 많을테니까. 


그래서 앞으로 야당은 이런 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문재인 의원을 찍은 48%가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며 그를 찍었던 것처럼  박근혜를 찍은 나머지는 돈 걱정 없는 미래를 바라고 한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 우린 다른편에 있는 그 사람들에게 야당이 꿈꾸는 세상에서 오히려 탄탄한 경제적 진보가 가능하다는걸 보여줘야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작은 가게들이 힘을 얻을 때,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혜택을 받을 때, 사람 값이 더 높아질 때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다는 걸 그분들께 보여줘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여당인 새누리당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의 정치는 오직 그들만을 위한 야욕의 정치라는 것도 보여줘야한다. 언론도 법도 다 권력의 편이기에 이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남은 박근혜 정권 기간동안 야당이 이부분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본다.


TV, 뉴스를 보면 나와 같은 48%가 너무나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분명 48%과 51%는 비슷한 비율인데 매스컴과 권력은 모두 자신들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럴때인 만큼 48%는 51%에게 손을 건네야 할 것 같다. 51%가 원했던 가치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 처럼 실제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어떤 방식을 통해 가능한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한다. 그것이 우리가 너무나 갈망하는 민주주의적 방식일 것이다.


 


* 지난주였나. 집앞에 노무현재단 스티커를 붙여놓았는데 우편배달하시는 분께서 자신도 너무나 '팬(?)'이라고 즐겁게 말을 걸어오셨다. 내가 만나는 둘 중 하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일거라 생각하니 왠지모르게 힘이 솟은 날이었다. 힘냅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