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끊었다. 2주정도 된 것 같다. 물론 아예 안보는 건 아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나 '인간 극장'같이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은 챙겨보는 편이다. 예전부터 많이 안봤지만 제대로 끊은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보통 아침에 나가기 전 아무 생각 없이 TV를 켜놓고 준비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무념무상으로 누워서 TV만 봤던 날들이 있었다. 뭔가 밖에서 치이고 정신없이 보냈으니 TV를 보는 순간이라도 정신을 놓고 싶다는..(?) 그런 이상한 자기 위안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이건 아니란 생각을 했다. 막장 드라마? 저질 예능?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TV라는 시각 매체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마약과 같은 몰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게 당연할지 모른다. 최근 정말 아니다란 생각을 한게 뉴스를 보면서였다. 미디어법 통과 이후 빠른속도로 TV뉴스는 사라졌다. 공중파,종편, YTN과 같은 뉴스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기사 리드만 봐도 우편향적인 자극적 뉴스들에 소름이 끼칠때도 있었다. 왜 우린 이런걸 뉴스라고 보고있어야 하는건지 의문도 들었다. 어느 순간 시청자인 '나'가 아닌 TV가 갑이되어 나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TV 속 세상에 빨려들어가고 생각은 잠식된다. 그 교묘한 틈 사이에 사람들은 껴있다. 그게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서, 인생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면서.
(구글에서 TV 부수는 이미지를 찾다가 없어서.. 결국 닐 부어맨의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책 커버로 대체. 땡뚱맞지만 난 닐 부어맨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TV란 거대한 시각적 권력을 가진 매체는 끊임없이 사람에게 칼을 휘두른다. 좀 쉬어보겠다고 누워서 보는 뉴스 한 컷, 드라마 하나가 사람들의 판단과 생각속에 파고든다. 이런 내 생각이 너무 예민하게 구는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까칠하게 볼 필요까지 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분명 이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들, 이슈는 배제된채 방송사들 입맛대로 편성된 프로그램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발상부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된 뉴스조차 나오지 않는 TV를 보기보단 신문과 인터넷방송을 통해 시사를 파악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게 더 세상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TV를 끊고보니 내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좋다. 무의미하게 TV를 보는 대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읽는 편이 훨씬 좋다. 관심있는 이슈는 팟캐스트나 대안언론을 통해 접하는게 더 와닿는다. 이러고보니 지금까지 TV를 보며 흘려보낸 내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그런 시간들은 내 인생이 아니다. 그냥 물처럼 흘려보낸 시간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이 말 한마디는 정말 하고싶다. TV뉴스 하는 분들 정신차리세요 !!! 부끄러운줄 아세요 !!! 당신들은 분명 언론과 방송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진심 YTN 쓰레기다. 회사에서 틀어놓지만 난 도저히 못듣겠어서 귀막고 있음.. 자기들은 방송하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려나 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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