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메모하는 버릇에 대해

멜로마니 2013. 12. 5. 21:09




언제부터였나. 갑자기 방에 쌓인 메모장들을 보다가 생각을 해봤다.

20살때부턴 항상 메모장 비스무리한 걸 가지고 다닌 것 같다. 그래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어두곤 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어도 난 아날로그한게 좋다. 물론 아이폰으로 기록을 남겨둘때도 있지만, 직접 쓰는걸 좋아해서 메모장에 적는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 옛날 수첩들을 꺼내볼 때가 있다. 보고있음 그때의 사건, 관심사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래서 이래서 메모하는게 좋구나란 생각도 든다. 

2011년 봄이었을거다. 아직은 조금 추웠던 봄, 한겨레에서 '청춘'에 대한 강연을 열었던 적이 있다. 그때 막 신입생으로 들어온 후배와 김어준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내 삶이 조금씩 틀어졌던(?) 것 같다. 아니 정말 중요한건 지금 현재를 느끼는대로 용기있게 살아가는 것이란 걸 그때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이후 내뜻대로도 해보다가 또 남들에 휘둘리다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무감각의 상태로 보낸 날들도 있었지만.. 뭐 난 여전히 지금도 그 과정속에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김어준 이야기를 하는 건, 당시 메모장 뒷편에 받았던 싸인 때문이다. 

김어준의 청춘 이야기가 끝나고 메모장 뒤에 받았던 싸인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땐 여기에 싸인받았던게 뭔가 부적같은 느낌이었다. 왠지모르게 힐링이 되고 힘이 솟는 느낌.. 그래서 메모장을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다녔으니까.

이젠 메모도 기록도 전처럼 절절하게 남기진 않지만, 여전히 난 무언가를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그 한장 한장이 무심히 쌓여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 진 것 같다.




문제의 싸인. 총수는 모르겠지만 싸인 받은 후 1년정도는 부적처럼 항상 함께 했었다능.



근데 난 그래서 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지.


몰르게따 오늘도 걍 주저리주저리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