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당당함'이었다. 스무살 이후부터 프랑스에 가기 전인 24살까지 난 사실상 '돈'이 없으면 안되는 일들만 해왔다.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 만족하고 그게 제일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돈을 쓰는것에서 내 자존감이 결정된다는 무서운 생각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프랑스에서 처절하게 부서졌다. 세상엔 돈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저 조용한 숲속을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강변에 앉아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프랑스에서 느꼈다. 돈이 없어도 자긍심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때 진짜 '멋있다'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화려한것보단 수수한 사람, 조용해보이지만 대화를 나누면 당찬 사람들이 좋아졌다. 한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소유한 것들이 아닌 인간 그 자체를 보고싶어 지게 된 것도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온 후 많이 힘들었다. 다시 예전처럼 돈의 노예가 되어 살고싶진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주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난 내 적정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만 돈을 쓰기, 그래서 이왕 쓰는거 알차게 쓰기, 그게 내 소비 포인트가 됐다. 정말 뭐가 먹고싶을때 빼곤 외식도 줄이고 쇼핑은 거의 안한다. 대신 그 돈을 모아 책을 사고 좋아하는 음반을 구입한다. 영화도 보고 공연도 즐긴다. 밥을 먹거나 식료품을 살 땐 대기업 제품은 최대한 피한다. 밖에서 식사를 할때도 최대한 자영업 하는 식당이나 중소기업 제품들을 구입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하는게 '돈'이 '돈'다워 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습관이지만 굳어져서 이젠 지출 내역도 간단한 편이다.
프랑스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젊음을 '소비'하게 만든다. 젊은이를 '소비자'로서 본다는 의미가 우선적이고 거기에 '혹사'시킨다는 의미도 추가된다. 그래서 이십대들이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젊음을 소비하고 있는지 아니면 향유하고 있는지를. 혹시 내가 생각하는 젊음이 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들은 아닌지, 그래서 그걸 위해 현재를 저당잡혀 젊음을 소비하고 있는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돈이 없어도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 오히려 배짱있게 현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젊음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 당당함에서 젊음은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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