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우연이 인연이 되는 순간

멜로마니 2013. 12. 10. 17:44




이젠 운명따윈 믿지 않는다. 그보단 '우연'이란 단어가 참 좋다. 생각해보면 우연을 통해 이뤄졌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태어날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그 길만을 걷겠다는 비장한 각오는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어떻게 안다는 건지.. 그저 이것저것 해보다 좋아하는게 생겼을때 그때마다 조금씩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 아닐까. 그러다 또 지겨워질때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끊임없이 빠져드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삶의 방향이 또 생각치 못하게 바뀌는게 아닐까. 그게 인생의 재미란 생각도 든다.


난 우연에 더해 '인연'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갑자기 우연과 인연을 이야기 하는건 오늘 겪었던 일에서 두 단어 사이의 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코미치에서 노트북에 커피를 쏟고.. 수리를 맡긴 뒤 오늘 점심 다 고쳐진 노트북을 찾으러 갔다.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 같아 돈을 많이 가지고 나왔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었다. 점심시간보다 조금 전에 나와서인지 시간이 여유가 있어 버스를 타고 교보문고로 향했다. 돈이 여유가 있어 책도 볼 겸 걸어가다 빅이슈가 눈에 띄었다. 빅이슈를 구입해본 적이 없어 마음에 드는 표지를 골라 한 권 구입한 뒤 교보로 향했다. 교보엔 문재인 의원의 신간이 있어 우연치 않게 집어들었고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던 책 세 권을 함께 사서 나왔다. 점심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햄버거를 먹으며 빅이슈를 펼쳤다,


서두가 길었지만 빅이슈를 보며 우연과 인연을 동시에 느꼈다. 바로 사진 속 글을 읽을 때였다. 글을 쓴 '오지혜'란 이름이 왠지모르게 낯이 익어 잡지 아래쪽 설명을 보니 내가 이틀전 영상자료원에서 본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바로 그 분이었다! 이게 어쩜 그렇게 신기하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이 아닌데도 아까 햄버거를 먹으면서 혼자 별 호들갑을 다 떨었다. 왠지 이게 인연이 아닐까 하는.. 사는게 참 신기하다는.. 그런 기분좋은 설렘도 다가왔다.


그래서 '인연'이란 말을 내식대로 정의도 내려봤다. '인연'은 '우연'과 '우연'사이의 가까움인 것 같다. 내가 일요일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 1년 후 빅이슈의 글을 봤어도 아까의 감정이 들었을까. 신기하다는 생각은 들었겠지만 인연이란 생각은 안들었을 것 같다. 결국 인연이란건 우연과 우연이 얼마나 빨리 만나냐에 달린 것 같다. 내가 관심있는 어떤 것들이 아주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지게 만나는 순간 우린 그걸 인연이라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랑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 같다. 수많은 우연 중 두 개가 맞부딪히는 순간은 그만큼 드물테니.


많은 우연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거기에 많은 인연을 가진 사람은 더 행복한 사람이다. 우연과 인연은 수많은 경험과 노력에서 나온다.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우연과 인연이 찾아올리는 만무하다. 느낌에 끌려 걷게된 길, 먹게된 음식, 만난 사람들 속에서 우연은 싹튼다. 거기에 운이 좋다면 좋은 인연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이순간을 맘껏 느끼고 해보자는 것! 오늘 우연히 빅이슈에서 만난 오지혜님의 글은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