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트위터에 대해

멜로마니 2013. 12. 16. 17:31




트위터를 한지는 1년쯤 됐다. 작년 12월 19일 멘붕에서 부여잡았던 것 중 하나가 트위터였다. 트위터 안에서 나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힘을 얻었다. 나혼자 생각하는게 아니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굳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어도 트위터는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공유하고 정보를 얻는 기능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선 보기 힘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도 팔로잉을 통해 몇 초만에 접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족,친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생각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트위터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이때 들었던 회의감은 분명 처음 느끼는게 아니었다. 작년 12월 19일 느꼈던 그것과 비슷했다. 당시 개표가 있기 전, 트위터 안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수많은 트위트리언들은 뚜껑도 열기 전 끊임없는 잔치를 벌였다. 트위터에서 느껴진 열기로 봤을때 승리는 너무나 확실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하는데, 열렬히 환호하는데 어떻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어' 하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도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시했던 정권교체라는 목표가 아무렇지 않게 꺾이는 걸 보면서 우린 침묵과 자책의 시간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트위터가 싫다. 트위터엔 그들만의 잔치가 있다. 물론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으는 역할도 분명히 있지만 거기엔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약간은 더 격양된, 그리고 과장된 제스처들도 포함되어 있다. 항상 이렇게 우리들만 들떠있고 열의에 차있는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트위터에서 나와 진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몇마디라도 이야기 하는것, 그리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사진이 트위터에서 돌아다녀도 그건 이미 우리들만의 트윗일 뿐이다. 트윗에서 느끼는 분노를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표현 한다면, 그리고 작은 움직임들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응원해 줄 수 있다면 트위터 속 세상과 현실의 차이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트위터 세상에서만 살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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