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였다. 이번 학기는 휴학해서 학교에 간 적이 없는지라 친구가 보내준 대자보를 더 열심히 읽었다. 한명 한명이 쓴 이야기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무감각하게 취업공부만 하는것처럼 보였던 우리들도 다 마음속엔 같은 생각을 했었구나..라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자보를 통해 친구가 된 순간이었다. 마비되어버린 대학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는 대자보는 그 마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하고싶은 말을 꾹꾹 참고 살아왔다. 관심 없는척, 그저 즐거운 척, 행복한 척만 하고 살아왔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버릇을 키워왔다. 이젠 그 못된 버릇을 잘라버릴 것이다. 분노하는 만큼 행동하고 표현할 것이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는 마비된 사회다. 마비를 벗어나기 위해선 끊임없이 표현하고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얼었던 사회에도 봄이 온다.
어쩌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는 스스로에 대한 고백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말해주는 것 같다. 겁에 질려 스스로 무릎을 굽혔던, 나와 세상을 묵살했던 과거를 응시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그런 계기란 생각이 든다. 취업양성소가 되어버린 대학에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학생들의 차가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길 수 있는건 젊음이 가진 저항과 배짱이란걸 더 많은 학생들이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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