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독서노트

[스테디셀러] 불안. 알랭 드 보통

멜로마니 2013. 1. 27. 00:04

 

 

 

 

 

 

 

고민이 있거나 뭔가모를 답답함을 느낄때 책에 기대는 편이다. 그래서 책을 구입할때도 주로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으로 구입한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같은 경우가 그랬다. 이 책을 산게 4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심심찮게 서점에 보이는 걸 보니.. 나같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책 제목 '불안'에서 베어나오는 메세지가 그에 대한 해석, 대응방식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아 왠지모르게 손이간다. 그렇게 산 책이지만 이번에서야 좀 진지하게 읽은 것같다. 전에 읽었을땐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몇년 전과 지금을 이 책을 읽는걸 통해 비교해보면 폭이 더 넓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 성장의 저울인 셈이다.

 

한글 제목이 '불안'이라 막연한 불안에 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영어 제목은 'Status Anxiety', 즉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불안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갖는 '지위'에 대한 불안을 만나게된다. 책은 '지위'와 '불안'에 대한 정의로 시작되고 크게 그 불안의 원인, 해법을 다룬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지위에서 오는 불안의 원인으로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그리고 '불확실성'으로 나눠지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현대사회에서 '기대'가 갖는 의미에 대해 해석한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계급이 존재하고 폐쇄적이었던 중세시대와 비교했을때, 능력에 따라 부를 누릴 수 있고 지위를 가질 수 있는 현대사회는 평등과 자유를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불안이 '준거집단'에서의 비교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을 본다면, 중세시대에 오히려 불안을 덜 느꼈을 것이다. 내가 포함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계급 안에 머물러있고 변화가 불가능할때 사람은 그 안에서 비교나 불안이 아닌 동질성을 갖게된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나와 비슷하거나 내가 원하는 집단과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에 매순간 직면한다. 그래서 내가 눈여겨보는 사람의 조건과 지위가 나아지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은 불안감과 박탈감을 가져다준다. 절대적 빈곤이 줄어들었다고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상대적 빈곤은 그보다 무섭게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결국 지위의 불안이 나오는 원인은 현대사회가 갖는 그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것이다. 이렇듯 사회 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불안은 인간의 기대에도 같은 양상의 영향을 끼친다. 작가는 기대에 대한 부분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 루소가 원시인과 근대인의 행복 수준을 비교하는 것을 보면 윌리엄 제임스가 행복의 수준을 결정할 때 기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떠오른다. 반면 모든 것을 기대하도록 학습을 받으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비참할 수 있다. 루소의 벌거벗은 야만인은 가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타지마할에 사는 후손들과는 달리 그들은 아주 적은 것을 갈망 하는 데서 오는 큰 부는 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아래 역사는 진화해나가고 인간의 삶 역시 나아진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불안의 원인들을 살펴보니 우리 사회가 가지고있는 정신적 결핍과 메마름이 느껴졌다. 이런 원인에 따른 해법역시 다섯가지로 나눠지는데 철학,예술,정치,기독교 그리고 보헤미아적 접근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정치'부분에서는 근대적 성공적인 삶을 돈과 결부시키는 현대사회의 양상을 파헤친다. 돈을 많이 벌고 소비재를 더 살수록 행복해질것이라는 환상이다. 이런 사회적 허상이 미디어, 광고를 통해 생활속에서 주입되고 삶을 돈과 행복으로 연결짓는 과정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새로 산 자동차는 우리가 이미 소유한 모든 경이로운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곧 우리 생활의 물질적 배경 속으로 사라져, 특별히 눈길을 주게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강도가 창문을 깨고 라디오를 훔쳐가는 역설적인 봉사를 해줄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달을 것이다. 광고는 또 어떤 물품이라도 우리의 행복 수준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이것은 감정적 사건이 발휘하는 압도적인 힘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리 우아하고 세련된 자동차라도 그 만족감은 인간관계가 주는 만족감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지 때문이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

 

지위의 불안은 돈, 미디어, 이미지와 굳게 결합된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보고 꿈꾸는 인간은 불안에 사로잡히고 행복을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 그 해결책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위에서처럼 소비를 통해 불안을 대체하고, 종교를 만나기도하며, 자신과 뜻이 맞는 공동체를 이루기도하고 보헤미안과 같이 관습과 물질에 저항하는 방식을 취하기도한다. 그중에서도 공감이 갔던건 여행이 주는 불안의 해소감이었다. 여행을 통해 만난 거대한 자연과 풍경들은 하늘아래 놓인 모든 인간은 다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기분을 갖게한다. 그러한 생각이 불안의 좋은 치유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 이 사실에 대한 작가의 판단이 특히 돋보였다.

 

"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

 

그랬다. 지금껏 가졌던 다수의 지위적 불안은 '부'와 '경제'적 시각에 한정되어 원하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인정'받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더 부와 기득권적 시각으로 능력을 판단하는 것 같다. 그와는 다른 가치들로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부족한 관점들이 사회에서 뿐 아니라 내 삶에서도 보인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부'로 편중되버린 것 같다. 이렇게 사회와 내가 가진 지위적 '불안'은 하나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그것을 탈피할 방법은? 난 매몰된 사고를 떨치고 더 큰 세상을 만나는것, 다른 가치들로 눈을 돌리는것이라 판단했다. 그러기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들을 만나야한다. 책이든 여행이든 사람이든.. 그게 이 책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