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독서노트

[인문]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멜로마니 2013. 1. 5. 15:56

 

 

 

 

 

 

 

저자는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미 그 고민을 안고 있던 과거의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개인과 사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그의 대표저서인 고민하는 힘에서도 등장했던 소세키와 베버 그리고 빅토르 에밀 프랑크, 제임스와 같은 당대 지성인을 통해 현시대에 걸맞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고민한다. 이렇듯 이 책은 과거를 담은 오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현시대만이 가진 어려움과 문제들을 함께 담아냈다. 과거와 오늘을 잇는 그의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접근은 근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힘을 갖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 주목하는 인생을 보는 관점은 사회적 접근과 개인적 접근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접근은 400년간 우리 삶을 지배했던 ‘시장경제’와 불과 100년의 역사를 가진 ‘자본주의’, 그리고 과학의 급속한 발전등이 어떻게 삶을 지배해왔고 사고를 지배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부분에선 특히 ‘자아찾기’나 나만의 특별함을 원하는 현시대의 모습이 자본주의가 원하는 상품성과 연결된다는 분석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또한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과학기술에 가졌던 맹신이 어떻게 과학과 삶의 거리감을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가진 삶의 불안감을 과학기술이 어떻게 가려놓았는지도 제시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건 과거부터 조금씩 우리를 지배해왔던 구조적 틀에 대한 분석과 함께 현시대가 가진 사회적 특성을 짚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현대 사회를 ‘직접 접근형 사회’라고 명명한다. 과거에 ‘가족’이라는 집단으로 구성되어 공공체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었던 사회와는 다르게 현대 사회는 ‘개인적’으로 세상에 접근한다.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 개인적으로 가상의 공동체에 접근하고 그 안에서 군중이 되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 미미한 직접 접근형 사회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고립감을 느끼는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회적 접근을 바탕으로 글쓴이는 개인이 가진 고민과 성찰에 주목한다. 개인이 가진 다섯개의 고민인 돈,사랑,가족,자아의 돌출 그리고 세계에 대한 절망에 대해 접근하고 성찰의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이 부분에서 특히 과거 지성들이 가진 지혜와 혜안이 큰 힘을 가진다. 소세키는 ‘나’라는 자의식에 빠져 나답게 살고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매순간 ‘나’를 잊으라고 말한다. 제임스는 ‘거듭나기’를 통해 건전한 마음으로 보통의 일생을 끝내는 한번 태어나는 형이 아닌, 병든 영혼으로 두 번째 삶을 다시 사는 인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 각자가 삶의 보루로 남는 직접 접근형 사회속에서, 제임스 테일러는 ‘개인적 공명’을 통해 개개인이 사회안에서 끈으로 묶여질거라 이야기한다. 여기에 소세키는 ‘진지함’을 곁들여 진지함을 통한 개인적 공명이 고립되고 불안한 개개인에게 정신적 의지가 될 것이라 말해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책의 모든 길은 책 말미에 있는 다음의 문단에서 만나게 된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내려가다보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와 세상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무기력과 허무함에 빠져있던 나를 담담하고 씩씩하게 만들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