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포스터] 좋아하는 영화포스터 이야기

멜로마니 2013. 9. 14. 22:07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영화포스터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포스터에 따라 영화를 볼지 말지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대작의 경우엔 포스터만 보더라도 그 강렬한 포스를 한번에 느낄수가 있다. 그래서 가끔 난 '포스터'를 보고 볼 영화를 고른다. 영화에 대한 기본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포스터만으로 판단하는건 복불복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위의 짤방에 내가 좋아하는 포스터들을 모아봤는데, 이것들은 또 한 번 분류할 수 있다. 바로 포스터만 좋은경우와 포스터와 영화 둘 다 좋은경우 ! 앞의 경우엔, 영화는 아쉽지만 포스터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케이스이고 후자의 경우엔 포스터뿐 아니라 영화도 너무 좋아서 포스터를 통해 영화를 가지고싶은(?) 그런 기분이 든다. '포스터'만 좋은 경우는 별로 없어서 먼저 포스터만 좋아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싶다. 다분히 나의 취향에 따라서.. 지극히 주관적인 분류다.

 

 

 

 

(왼쪽부터)

생활의 발견 │ 홍상수 │ 2002

DRUGSTORE COWBOY │ 구스 반 산트 │1989

청춘스케치 │ 벤 스틸러 │ 1994

 

 

 

포스터만 좋아하는 경우는 딱 세 개 ! 먼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포스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싫어하지만 이 포스터만큼은 참 좋다. 내가 김상경씨를 좋아해서 그런듯. 정성일씨 책 중 하나도 이 포스터가 표지였던 것 같은데. 여튼 다음으론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역시 이 감독님도 별로 안좋아한다. 나랑 안맞아.. 그치만 포스터만큼은 내 스타일! 이 영화 처음 봤을때도 포스터 보고 기대감에 부풀어 봤다가 아쉬움이 컸다. 나중에 이 포스터 패러디해서 결혼사진 찍으면 참 이쁠듯. 내가 이상한가?? 난 이런 내멋대로 커플느낌이 참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에단호크가 돋보이는 '청춘스케치' ! 이 영화도 영화보단 포스터가 더 좋은 것 같다. 포스터만 봐도 풋풋한 젊음이 느껴져서 그런듯. 내가 너무 감정이입했나

 

 

 

 

(왼쪽부터)

칠수와 만수 │ 박광수 │ 1988

초록물고기 │ 이창동 │ 1997

해피엔드 │ 정지우 │ 1999

복수는 나의것 │ 박찬욱 │ 2002

 

 

 

이제부턴 포스터, 영화 둘 다 좋은 경우 ! 한국영화끼리 묶어봤다.

 

먼저 칠수와 만수 포스터는 '시대'와 '현실'을 담고 있어서 좋다. 내가 태어났던 1988년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당시 도시개발의 모습과 그 안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원작 연극을 본 적은 없지만, 날카롭게 사회를 꼬집는 박광수 감독의 연출이 좋다.

 

다음으론 이창동 감독님의 초록물고기. 영화를 보고 난 후 포스터 속 '도망치고 싶다!' 가 너무나 와닿았다. 이 작품은 특히 감독님의 소설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발이 시작된 도시 변두리의 모습과 그런 세상에서 돈을 위해 젊음을 바친 주인공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작품속에서 명배우들의 연기를 보는것도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다음으론 정지우 감독님의 '해피엔드'.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다. 영화 또한 포스터처럼 강렬하고 진하다. 앞으로도 이 영화처럼 사실적이며 끈적한 그리고 무서운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실직한 힘없는 가장과 불륜으로 사랑을 찾는 아내. 그 현실적인 이야기가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볼 때마다 방황하고 갈등하는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그렇게 공감하게 된다. 포스터 역시 그 강하고 진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좋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님의 '복수는 나의것'. 박찬욱 감독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복수'라는 테마를 놓고 끝없이 펼쳐지는 잔악함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감탄할 정도로 좋은 구도와 장면이 정말 많다. 영화 첫 시작인 병원씬과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 '기주봉'씨가 해고노동자로 나와 배에 칼을 긋는 씬은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왼쪽부터)

소림사 18동인 │ 곽남굉 │ 1976

구품지마관 │ 왕정 │1994

파괴지왕│이력지│1994

화양연화 │왕가위│2000

무지개여신│쿠마자와 나오토│2006

하나비│기타노 다케시│1997

 

 

이번엔 아시아 영화끼리 묶어봤다

 

먼저 봐도봐도 재밌는.. 곽남굉 감독의 '소림사 18동인'. 요즘 감사하게도 TV 무료영화로도 있어서 감동하며 감상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하산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하는 그 모습에 재미와 감동 모두를 느꼈다. 영화를 보면 짜치는 장면이 많은데 영화 분위기는 굉장히 진지해서 거기서 오는 웃음 포인트가 있다. 포스터는 나름 세련되었다고 생각함.

 

다음으론 주성치 영화중 제일 좋아하는 구품지마관 !!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포스터가 그 웃음 포인트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주성치가 작두를 내려치는 그 순간의 표정이 압권인듯.. 강추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좋아하는 '파괴지왕' ! 이건 시대극이 아닌 주성치 영화중 제일 재미있게 봤다. 이 포스터 역시 그 웃음포인트를 깨알같이 알려준다.

 

다음으론 대감독 왕가위감독의 '화양연화'... 작품 자체가 워낙에 명작인데 포스터가 그 포스를 담아낸다. 색감과 정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아 넘 예뻐.. 큰거 하나 사서 방에 걸어두고싶다.

 

다음으론 일본 청춘영화 '무지개 여신'. 스무살때 이 영화 보고 많이 울었는데.. 스무살 감성에 잘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다. 포스터를 보면 지붕위 두 젊은 남녀가 한껏 공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있다. 포스터가 딱 그 풋풋한 20대 초반의 느낌을 잘 살려준다고 생각한다. 영화 톤도 너무 예쁘구.. 주인공들두 너무 이쁘구... 참 예쁜 영화.

 

마지막으론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뭐 다케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말이 필요없는 영화일테다. 이 영화의 경우, 난 영화도 좋았지만, 포스터를 보고 한번 더 반했다. 포스터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함.. 다케시오빠 ㅜㅜㅜㅜㅜ... 멋있다...

 

 

 

(왼쪽부터)

트레인스포팅│대니 보일│1996

현기증│알프레드 히치콕│1958

토파즈│알프레드 히치콕│1969

스카페이스│브라이언 드 팔마│1983

졸업│마이클 니콜스│1967

 

 

ㅎㅇㅎㅇ 힘들다.. 그치만 얼마남지 않았군. 이번엔 영국, 미국 영화 중 좋아하는 포스터 ~~!!

 

먼저 대니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 영화에서 느껴지는 반항과 막장의 스멜이 포스터에서도 느낌있게 표현되어 있다. 눈풀려서 막무가내로 사는 이완맥그리거의 모습에 침흘리고 본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님의 표현이 참으로 강렬했던 영화.. 멋진 영화다.

 

다음으론 히치콕님의 현기증과 토파즈! 히치콕님의 포스터 중 이런 느낌의 포스터가 참 좋다. 단일 컬러를 배경으로 놓고 타이포로만 어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는지.. 그걸로 따지면 현기증 포스터가 제일 최고인듯.

 

다음으로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포스터인.. 스카페이스.... 이거 안좋아할 사람이 어딨겠냐만 난 이 포스터가 너무 좋다. 영화를 보고나면 알파치노가 만들어내는 먹먹함에 이 포스터가 더 애타게 다가온다. 영화도 명작, 포스터도 명작..!!!!

 

마지막으로는 대중적 고전, '졸업'이다. 사이먼엔 가펑클의 음악과 나름 새롭게 시도했던 컷들이 눈에띄는 영화.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삶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유혹과 갈등이 관객의 공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포스터는 딱 그 포인트를 잘 잡아낸 것 같다. 영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네.. 그 엔딩에서 씁쓸함이 느껴져 더 좋았던 영화.

 

 

 

(왼쪽부터)

타인의 취향│아녜스 자우이│2000

여왕 마고│파트리스 셰로│1994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74

 

 

 

이제 진짜 마지막..ㅠㅠㅜㅜ... 이번엔 프랑스, 독일영화 중 좋아하는 포스터 !!

 

먼저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타인의 취향' 이 영화는 '취향'과 '사랑'을 잘 연결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통해 타인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되고, 어떤 경우엔 사랑을 통해 나의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담겨있다. 포스터 속 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영화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다음으론 '여왕 마고' !. 이 영화는 역사영화이고 무거운 이야기 인데도 흥미진진하다. 신,구교도 간의 종교전쟁 과정이 참혹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그에따른 심리묘사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터에서 이자벨 아자니가 피묻은 드레스를 입고 놀라는 모습은 영화의 클래식한 참혹함(?)을 잘 보여준다. 깔끔하고 세련된 포스터라고 생각한다.

 

정말 마지막으루...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볼때마다 울게되는 영화다. 감독이 그걸 노렸을테다. 아무렇지않게 등장인물들 속에서 소외와 분열을 보여주고 그런게 우리 삶속에 녹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감독에게 천재성을 느꼈다.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알리와 에미..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들이 어떻게 생활에서 파시즘의 행태를 보이고 또 그것으로 상처를 받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볼때마다 꼬옥 안아주고싶은 알리와 에미가 가끔은 내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유달리 애정이 가는 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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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ㅎㅇ 힘들다.. 좋아하는 영화들 하나하나를 말하려니 이렇게 힘들수가.. 그리고 괜히 뭔가 아쉽기도 하다. 내 마음속에만 있던 영화들이 막상 이렇게 써보니 뭔가 생각만큼 표현이 안되서 아쉽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다. 보고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다 ! ㅎㅎ 또 새로운 영화들이 이렇게 포스터를 통해 내 삶으로 다가올 걸 생각하니 설렌다 ㅎㅎ

 

그리고 다 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넘넘 좋아하는 포스터 하나를 빠트렸다..ㅠㅠㅠ 김기덕 감독님의 '파란대문'.. 아 이건 영화, 포스터 둘다 너무 사랑하니 따로 리뷰를 남겨야 겠다.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