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감독] 좋아하는 임상수 영화 몇 편

멜로마니 2013. 7. 20. 01:12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독 '임상수'. 나에겐 영화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감독님이다. 개인적으로 돈의맛, 하녀는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두 영화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냉소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반대로 너무나 좋아하는 네 작품이 있다. 그에 대해 정리해볼까 한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8)

출연 : 강수연, 진희경, 김여진, 조재현, 설경구

 

너무나 다른 성격의 세 처녀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며 그 각기다른 처녀들의 모습에 공감하는 나를 만났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이 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만큼 여성적인 시각으로 나이 적당히 먹은 한국 처녀들의 사랑과 삶에 대해 잘 보여준다. 자유연애를 즐기는 호정(강수연), 빨리 독립한 후 결혼을 꿈꾸는 연(진희경),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 순(김여진). 이 각기 다른 세 명의 여인들이 보여주는 고민들은 '여성'이라는 주체가 사랑과 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남성중심의 사랑과 섹스를 '여성'으로 돌려놓는다. 영화 마지막에서 연이 창문밖으로 손을 뻗어 비를 느끼는 장면은 너무나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

 

 

 

 

 

 

 

 

 

 

 

 

 

바람난 가족 (2003)

출연 : 문소리, 황정민, 윤여정, 김인문, 봉태규, 성지루

 

지금까지도 이 영화만큼 문제작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은 찾기 어렵다. 불륜, 납치 등 자극적 키워드로 정리되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막장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등학생과 바람이 난 아내와 정신적,육체적으로 자신을 컨트롤하는 여자와 바람피는 남편. 둘의 사이에 있는 입양된 아들, 그리고 아들의 유괴 이후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의 이야기.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가족이기 이전 욕망의 주체다. 가족의 역할보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다. 욕망과 섹스로 얼룩진 개인들을 가족이란 틀 안에서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영화 역시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느껴진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성이 돋보이기에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성지루가 호정과 영작의 아들을 납치한 후 건물에서 던져버리는 씬이다. 파격적이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쫓아가는 그의 독특한 연출법이 돋보인다.

 

 

 

 

 

 

 

 

 

 

 

 

그때 그사람들 (2005)

출연 : 한석규, 백윤식, 송재호, 김응수, 정원중

 

 

이런게 진짜 블랙코미디 아닐까. 포스터 속 주과장(한석규)이 풍선껌을 부는 것 처럼, 영화는 독재자 박정희가 총에 맞은 그날 밤 이야기를 껄렁껄렁하게 담아낸다. 정치적 편견은 제거하고 철저히 그 날의 이야기를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박정희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중앙정보부 김부장(백윤식) , 경호실장(정원중) 등 권력과 야욕에 찬 사람들의 시기와 아집을 담아낸다. 역사책에서 보는 '박정희 암살'이라는 단 한 문장이 100분 동안 세밀하게 표현된다. 독재자를 죽이겠다는 중정 김부장과 그의 명령을 따른 부하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입냄새와 변비를 걱정하고 가족을 꾸리는 가장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박정희는 여자들 사이에서 암살당하고 부검대에 오른다. 죽은 독재자님(?)을 두고 그의 지배를 받아오며 권력을 챙긴 부하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채 갈팡질팡한다. 영화 곳곳에 담긴 임상수 감독의 냉소와 풍자는 그의 탁월한 연출력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근현대사의 한 장면이 실제적인 인물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새롭게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오래된 정원 (2006)

출연 : 지진희, 염정아

 

원작소설과는 또다른 색깔을 가진 영화. 원작이야기와 임상수감독의 연출이 만나 색다른 느낌을 풍긴다.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세련된 이미지의 염정아도 파격적이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원작보다 세련된 느낌이다. 영화는 크게 80년대 군부독재 아래서의 사랑과 신념, 그리고 이별을 담아낸다. 여기에 당시 운동권의 투쟁과 17년이 흐른 후 기성화 되어버린 그들의 모습들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어두운 시대속에서의 안타까운 사랑과 단절을 임상수 감독스럽게 표현해서 좋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http://movi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