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인터뷰] 'Le Havre'의 감독, Aki Kaurismäki 의 인터뷰.

멜로마니 2013. 4. 10. 18:01

 

 

'Le Havre'의 감독, Aki Kaurismäki 의 인터뷰.

 

 

 

 

 

 

 

'Le Havre'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도시다. 내 남동생이 거기에 살았다.

저런..이런 경우엔 당신을 속이기 힘들겠다.

 

 

왜 당신은 이 영화를 그곳에서 찍었나?

원래 촬영 예정지는 벨기에였다. 그곳과 가까웠기 때문에 선택했다.

 

 

정말인가? 농담 아닌가?

농담아니다. 내가 영화의 제목을 "Le Havre"로 정한건 단어 'havre'의 원래 의미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이 단어의 본래 의미를 표현하려는 나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 Havre 는 피난처, 안식처란 뜻을 가지고있다.)

 

 

주연배우의 이름이 'Marcel Marx'이다. 그러고보니 또 'Le Havre'는 오랜기간동안 공산주의의 보루였다.

그렇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공산주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사회주의 영화라고 말하고싶다.

 

또 다른 주연배우는 'Monet' 다. 이 이름을 지을때 'Le Havre'에서 많은 작품들을 남긴 인상파 화가의 이름을 참고한건가? 또 그래서 인상주의적 표현을 하고싶었던건가?

내가 언제 이 시나리오를 썼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나는 Money와 Monet중에서 이름을 선택해야 했다. 결국은 Monet로 정했던거고.

 

 

어떻게 색감들을 활용했나?

푸른빛을 다양하게 사용하고자 했다.

 

 

전쟁이후 재건된 이 항구도시 'Le Havre'는 이상적인 건축의 흔적이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정치적 이상세계를 보여준다. 이렇게 본다면 당신의 영화 역시 이런 이상향 위에 근거해 있는건가? 불공정한 사회에서 연대를 통해 시민들이 승리할 수 있다는 이상향 말이다.

이 도시에 오기 전까지 'Le Havre'의 역사를 몰랐다. 그렇지만 유럽 연합국들이 이렇게 프랑스 연안에 피해을 주는건 끔찍하다고 본다. 그건 아마 이 도시가 수도인 파리보다 중요하게 평가되지 않아서 일거다. 그 당시 파리,런던,워싱턴 같은 대도시들이 폭격지로 정해졌으니까.

 

 

잘못하면 'Le Havre'는 2차 새계대전동안 없어졌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의 시각으로이 영화는 그처럼 강인하고 저항적인건가?

물론이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주제다. 저항정신은 작은 행동과 일상생활 속에 웅크리고있다. 그러니까 이건 한 정신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Arletty라는 여자 주연배우가 있다. 이 이름은 1930년대,40년대 프랑스 영화들을 떠올리게한다. 또 그 시기 몇몇 훌륭한 작품들이 'Le Havre'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L'Atalante(라 탈랑트,1934, Jean vigo), La Bête Humaine (야수인간, 1938, Jean Rean Renoir), Le Quai Des Brumes (안개 낀 부두.1938, Marcel Carné) 등이 생각난다.
'야수인간'은 감동적이진 않지만 좋은 작품이다. 당신이 말한 이 세 영화들은 모두 실제로 진지한 작품들이다. 나는 16살때 처음으로 영화를 접했다. 그 당시 두 작품이 연달아 상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Nanook of the North (북극의 나누크)와 Un chien andalou (안달루시아의 개) 였었다. 지금까지도 모든 영화들이 이 두 영화 사이에 있다. 더 다큐멘터리 적이거나 아니면 더 허구적이거나. 아무튼 그 두 작품을 보았을 때 나는 진지하게 영화를 찍는걸 시작했다.

 

 

당신의 영화는 주제들을 진지하게 다룬다. 하지만 유머도 빠짐없이 존재한다.

그게 내 목표다. 만약 몇 몇 결정적인 장면들에서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부족했다는 의미일것이다.

 

 

영화 속에서 의사를 연기한 Pierre Étaix 은 유명한 프랑스 광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의사 역을 진지하게 연기했다.

그렇다. 나는 항상 광대에 대해 진지하게 여긴다. 가끔 이런 내 행동들이 광대들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나는 여러 씬에서 Pierre Étaix을 넣어서 촬영하는걸 원했지만 그러기엔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많이 넣지 못했던게 내 아쉬움중 하나다. 하지만 Pierre Étaix를 대신해서 다른 역할들이 그 부분을 채워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Jean-Pierre Léaud는 어땠는가?

반대로 나는 그가 영화 속 많은 부분에서 안 나오길 원했다.

 

 

그건 영화의 냉혹한 면인 것 같다.

영화 초반을 생각해보라.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의 마지막 장면에선, 사회에 의해 몰아 세워진 아이가 홀로 남겨져 연기한다. 40년 후인 현재, 이 영화에선 이 아이를 몰아세우고 고발하는건 바로 그, Jean-Pierre Léaud이다. 나는 이걸 통해 '사람'이 우리를 변하게 만드는 냉혹한 면에 대해 이야기하고싶었다.

두 주연배우인 André Wilms 과 Jean-Pierre Darroussin의 대조적 관계 속에서 빠르기도 혹은 느리기도 한 연기가 아주 돋보였다. 그들은 영화의 템포가 락음악 처럼 이상하게, 어느 장단에 맞춰 춤줘야할 지 모르는듯이 그렇게 표현해주었다.

난 이 두 배우를 앉혀놓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걸 좋아했다. 왜냐하면 모든 배우들은 서로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항상 연기는 경쟁이다. 촬영 중 우리는 연기에서 어떤 것들이 드러날 지 전혀 모른다. 물론 내가 그들에게 연기를 지도하지만 지도에는 한계가 있다.

 

영화속에서 흑인 꼬마아이 'Idrissa'를 연기한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했나?

파리 교외의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캐스팅을 하던 중 찾았다. 우리는 총 5명으로 추렸는데 모든 아이들이 좋았기 때문에 고르기가 힘들었다. Idrissa를 연기한 'Blondin Miguel'은 그들 중에서 제일 호기심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선택했다.

 

어떤 언어로 처음 시나리오를 썼나?

핀란드어로 썼다. 그 후에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어로 번역을 했다. 하지만 배우 부분에 있어서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 배우는 언어를 넘어 모든 세상에 가득하다. 그들은 연기만을 원한다.

 

도시 'Le Havre'는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 근대적 모습들은 보여준다. 당신의 영화도 마찬가지로 빈티지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내 영화는 복고풍이다. 그리고 이 느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앞으로 유럽을 무대로 두 가지 영화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난 거짓말을 달고산다. 앞으로 촬영하지 않을 두 군데의 마을을 언급했던 적이 있긴하다. 또 워낙에 게을러서 항상 내가 하고싶어하는 프로젝트를 미리 생각해둔다. 나는 유쾌하지만 웃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사르트르인가? (사르트르가 그려져있는 화장지를 올려보인다 )

 

모르겠다. 사르트르를 좋아하는가?

난 어렸을때 그의 글 중 하나인 'Les mains sales'( 더럽혀진 손)에서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읽었는데..

'당신이 읽은걸 절대 믿지 마라' 라고.

 

난 많이 쓰는편이다. 그리고 내가 쓴것들을 적어도 꽤 믿는 편이다.

당신 스스로도 믿어선 안된다.

 

어쨌든, 당신은 어떤 인터뷰에서 항구도시 'Le Havre'를 미국의 도시인 Memphis와 닮아있다고 한적이 있다. 어떻게 Le Havre에 사는 'Litte Bob'을 영화 속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나?

사연이 많다. 난 핀란드의 Tampere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내 이삿날이었던 1980년 4월 16일에, 모든 사람들이 'Little Bob'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떠날때 도착했다. 그래서 항상 그를 못본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이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거다.

 

요즘은 어떤 음악을 즐겨듣나?

라디오를 켰을때 나오는 음악은 다 듣는다. 마음에 안들면 주파수를 바꾼다. 사실 그래서 난 주파수 바꾸는걸 하며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나?

내 손은 연주에 쓸모가 없다. 그저 주파수 바꾸는데에 쓰인다. 그래서 오히려 난 좋은 청취자이다. 탱고나 블루스, R&B 를 좋아한다. 그리고 오페라에 대해 경외심이 있다.

 

영화의 결말이 참 밝다.

그렇다. 영화가 기적을 통해 행복하게 끝이난다. 이건 나에게 동화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달걀이 참 많이 나왔다. 또 Darroussin이 들고갔던 파인애플도 계란과 참 많이 비슷하다.

당신이 즐겁다면 파인애플을 계란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나와 루이즈 브뉴엘이 가진 하나의 공통점은 우리의 영화에 상징이 없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의 부분들을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는 이제 당신의 손을 떠나 관객에게 있다.

그렇다. 내 일은 끝이났다. 문제는 내가 당신들을 믿지 않는다는것이다.

 

 

 

 

 

 

 

 

 

 

 

 

 

 

 

 

 

 

 

 

 

 

 

 

 

- 출처 : Trois Couleurs, N.97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 인터뷰 읽으면서 얻은게 많아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