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쪽박과 대박사이] 알파치노의 '광란자(Cruising)' vs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

멜로마니 2013. 3. 2. 23:17

 

 

 

 

 

 

광란자(Cruising) │윌리엄 프리드킨│1980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 │브라이언 드 팔마│1980

 

 

 

세고 자극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는 나는 특히 좋아하는 몇몇 소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姓)' 그리고 '살인'이다. 이 두가지 소재를 묶어서 만든 영화들은 흔히 보는 스릴러의 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는 별로 없는 편이나 이 두 영화는 나에게 특별한 영화들이다. 두 영화는 모두 80년도에 개봉을 했다. 그리고 한 영화에는 '알파치노'라는 대배우가 나오고, 다른 영화엔 '마이클 케인'이라는 신사배우가 등장한다. 두 영화 모두 '살인'과 '성'을 소재로 한 스릴러다. 또 영화 첫 씬이 모두 강렬하다. 이런 여러 공통점을 가졌지만 한 영화는 대박을 쳤고 나머지 영화는 쪽박을 찼다. 왜 그랬을까? 그 궁금증으로 두 영화를 보고나면 두 영화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들이 보이게 된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 함께 묶어 생각하게 된다.

 

먼저 '광란자'의 경우,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동성애와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이야기를 과감히 보여준다. 뉴욕에서 발생한 동성애자 연쇄 살인사건을 맡은 형사과장은 막내경찰인 알파치노에게 동성애자로 변장하여 잠복수사 할 것을 부탁한다. 부탁을 받은 알파치노는 동성애자로 변장하여 게이클럽을 다니고 그들의 세계를 만난다. 그러면서 점점 살인사건과 살인범에 가까워져 가는 알파치노.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아쉬운 느낌이 가득하다. 살인마도 아무렇지 않게 알려지고 거의 절정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살인마와 알파치노의 대치장면은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흥이 없다. 감독 스스로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맨 마지막 부분, 알파치노가 동성애 세계를 만난 후 진짜 동성애자가 되어버리는 걸 암시하는 결말을 넣었지만 비약이 심했다.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보여줘 의구심만 들게했다. 나름 파격적인 코드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 처럼 보이지만 그에 한참 처질정도로 영화 전개가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찍기로 되어있었는데 결국 윌리엄 프리드킨이 연출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전작 '프렌치 커넥션'을 재미없게봐서 그런지 감독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쪽박을 찼나..

 

한편 '드레스드 투 킬'은 그와는 약간 다르게 '양성인간'과 성(姓)적 억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영화를 끌고가는 여자 주인공이 중간에 죽음을 당하고 그 아들이 여자 목격자와 함께 살인범을 찾아나가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재미를 위해 감독이 심어놓은 몇몇 코드들이 눈에띤다. 그 코드들을 살펴보면 먼저 '자극적 표현'이 눈에 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첫 씬을 잊지 못할것이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섹슈얼하고 자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여주인공이 샤워를 하는 이 장면은 그 정도가 심해 한 때 잘려나가기도 했지만, '성'을 다루는 영화라는걸 강렬하게 표현한다. 이 외에 대사로 자극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영화 특유의 센 느낌을 은근히 부각시켜준다. 두번째로는 역시 '히치콕'이다. 이 영화 역시 히치콕을 오마주했음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싸이코(1960)'를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면 특히 재미있다. 처음 등장한 여주인공이 중간에 죽음을 당하고, 그 살인마가 양성성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설정은 '싸이코'와 매우 유사하다. 그 외에도 영화 처음과 끝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의 샤워씬이나 영화 초반부 미술관씬에서의 인물컷, 엘리베이터 살인씬의 음악 및 배우의 동작 등 그 표현 방식도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진부하거나 식상하지 않다. 이유는? 바로 세번째 코드이기도 한 '드 팔마의 센스' 때문. 그는 위에서 말한 코드들을 적절히 심어놓고 그 중간중간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다. 죽임을 당하는 여인이 가진 성적 억압이나 목격자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매춘부로 설정해 놓은점등은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보면 히치콕의 그늘아래 있다기보다 오히려 그 위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히치콕적 요소들을 적절히 차용해 새로운 영화스타일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대박을 친 이유인듯 싶다.

 

영화를 보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글로 쪽박과 대박사이를 풀어내려니 너무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센 영화들은 세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컷이 쎄든 대사가 쎄든 인물이 쎄든, 뭐라도 강해야된다. 강한 소재에 끌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만의 표현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광란자'의 경우 스타배우, 파격적 소재 등 그 재료가 훌륭했음에도 그걸 받쳐주는 다른 매력이 없어 뜨뜨미지근했던 반면, '드레스드 투 킬'의 경우엔 고전영화 '싸이코'의 '양성성' 과 '살인'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자극적이면서 긴장감을 끄는 특유의 연출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천재성을 또 한번 느낀다.

 

 

* 드레스드 투 킬을 재밌게 봤다면, 드팔마의 이런 영화도 좋다.

- 시스터즈(1973)

- 캐리(1976)

- 필사의 추적 (1981)

  

* 사진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10871&t__nil_Biography_workList=workname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12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