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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미이케다카시'.. 너란 남자.. 무섭게 대단한 남자..

멜로마니 2013. 8. 27. 17:49

 

 

 

 

난 일본감독 하면 '미이케 다카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일본영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느낌이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들과 잘 연결되기 때문인 것 같다. 20대 초반 '데드 얼라이브' , '고무인간의 최후', '언톨드 스토리 - 인육만두' ,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 잔혹물을 즐겨보았던 나에게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처음 봤던게 '오디션'이었는데, 분절된 컷들에서 느껴지는 잔혹함과 기괴함이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이후로 그의 영화들을 찾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1993년도 첫 작품 '보디가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1작품을 연출한 그는 끊임없이 다작(多作)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내가 본 그의 작품은 '오디션', '비지터 Q' , ' 이치, 더 킬러' , '착신아리'. '쓰리, 몬스터', '이조', '크로우즈 제로'  이렇게 일곱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영화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신체절단, 자극적 성행위등 극단적이고 잔인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를 볼때면  항상 불안이 엄습한다. 이번 작품은 어떨까? 또 어떤 충격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래도 계속 본다. 왜? 그의 작품은 그렇게 영상을 통해 시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의 시각을 마비시켜버린 그는 철저히 냉소한다. 아무렇지않게 러닝타임 내내 우리의 분별과 이성을 흔들어댄다. 그렇게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극단적 시각화를 통해 이성따윈 치워두라고 말한다. 그저 필요한건 우리의 무의식과 본능, 그리고 그안에 담긴 어두움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비록 논리도, 이유도, 순서도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미이케 다카시의 작품들은 볼 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영화별로 리뷰를 남기는 것이 쉽지가 않다. 비교적 단순해보이는 내러티브지만 그 위엔 이해할 수 없는 묘사와 행위가 펼쳐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를 논리로 분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는 그저 보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잔인함, 기괴함, 흉측함 등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스스로와 마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이런생각이 들지 모른다. 내가 느꼈던 잔혹함, 폭력성을 마주할수록 그것은 더이상 구역질나는 장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 역시 그랬다. 처음 그의 영화를 봤을 때 느낀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볼수록 수면위로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어쩌면 B급 감독이라 불리는 미이케 다카시는 우리에게 그런 감독이 아닐까. 은폐되고 감춰진 어둠을 드러내고 대면하게 만드는, 그렇게 감추고싶은 감정과 느낌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감독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미이케 다카시의 작품 중 '이조(2004)'를 가장 좋아한다. 이 작품 만큼은 B급 영화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인함이 난무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독의 의식과 고뇌가 보인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내러티브 자체는 역시 단순하다. 막부시대에 사형을 당한 '이조'라는 인물이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죽지 못한 채 복수를 하며 떠돌아다니는 것이 주된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죽이는 대상은 시,공간을 넘어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결국 우린 '복수'란 것으로 만들어지는 역사를 살고있고 '폭력', '희생', '죽음'과 같은 단어들이 어떻게 삶을 궁지로 몰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미이케 다카시의 세계가 더 또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기괴하고 잔혹한 시각적 유린을 넘어 이젠 거기에 큰 물음까지 던질 수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말이다. 개봉예정인 '짚의 방패'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