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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장면] 빠삐용(1973) - 프랭클린 J 샤프너

멜로마니 2013. 8. 20. 21:56

 

 

 

 

 

빠삐용 │ 프랭클린 J 샤프너 │ 1973 │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만

 

 

 

빠삐용. 그의 탈출기는 오디세이를 읽을때처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거듭된 탈출 실패로 인한 고립은 안타까움과 먹먹함도 안겨준다. 아마 난 빠삐용이 가지고있을 절망과 체념의 상태를 공유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우린 같은 인간이기에 난 영화 속 빠삐용,드가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영화가 좋은 작품인 이유는 '자유'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현실세계에서 구체화시켜준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빠삐용'을 통해 우린 그 자유라는 단어에서 엮여나오는 고난,용기,죽음 혹은 갈망등의 키워드가 인간의 삶에서 어떻게 태어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움츠러들고 무기력해질때면 빠삐용이 떠오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내 머릿속을 흔들어놓는다. 벼랑위에 선 빠삐용과 드가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평생 탈출을 꿈꿔왔던 빠삐용(스티브 맥퀸)은 머리가 백발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곁에 서있는 그의 오랜 친구 드가(더스틴 호프만)는 빠삐용처럼 몸을 던지지 못한다. 그저 안타깝게 빠삐용을 바라볼 뿐이다. 난 이 씬이 영화 속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절벽에 선 드가와 빠삐용)

드가 : 자넨 죽을거야. 그거 알아?

빠삐용 : .. 어쩌면

드가 : 제발 그만 두게

(말없이 드가를 껴안는 빠삐용. 눈물을 흘리는 드가)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빠삐용)

 

 

이장면에서 왜이리 눈물이 날까. 그것은 내가 '드가'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좌절과 한계를 체득하고 꿈을 잃은 드가의 모습은 위안과 합리화로 제약된 삶을 살아가는 나와 닮아있었다. 그런 내 앞에 빠삐용은 아무말 없이 몸을 던진다. 보이는 것은 절벽과 망망대해 뿐이더라도 그는 자유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난 여기서 진짜 '인간'을 봤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그렇게 거침없이 '온몸으로' 갈망하는 것임을, 그저 갈망하는 것을 묵묵히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는 아무나 해낼 수 없기에 고귀하고 숭고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이제 빠삐용처럼 그 자유를 맛보고싶다. 보이는 것들에 스스로를 굽히지 않고, 날 가두는 것들과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자유를 행하며 살고싶다. 자유에서 나오는 책임과 어려움이 날 흔들어도, 그때마다 빠삐용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이 장면이 매순간 날 잡아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