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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위대한 개츠비(2013) - 바즈루어만

멜로마니 2013. 8. 18. 19:17

 

 

 

 

 

위대한 개츠비 │ 바즈 루어만 │ 2013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캐리 멀리건

 

 

 

지난 5월 이 영화를 봤을 땐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3개월이 흐른 지금, 자꾸 개츠비의 뒷모습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먼 강을 향해 무언가를 손을 뻗어 잡으려했던 개츠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은은하게 다가오는 영화의 매력.. 이것이 고전의 힘일까. 그래서 영화를 본 후 다시 책을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다. 그렇게 고전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건 영화 '위대한 개츠비' 덕분이란 생각이 든다. 왜 '위대한 개츠비'였을까?  오만과 편견, 위대한 유산등 다양한 고전들이 영화로 재해석 되어왔고 이 작품 역시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왜 2013년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특별할까? 나는 여러 조건과 상황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에 그 이야기들과 내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목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2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1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나타난 부의 홍수를 잘 보여주는 시기다. 특히 화려한 문화생활과 재즈를 타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뉴욕라이프는 당시 무절제한 상류층의 생활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바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펙타클'이라는 점이다. 감독은 당시 뉴욕의 황금기를 현재형으로 나타낸다. 재즈와 힙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 역시 현대적 화려함으로 재해석한다. 여기서 1922년 미국 뉴욕과 2013년의 세계는 이어진다.  그런데 당시 경제 대공황이 일어나기 7년 전, 모두가 흥에 겨워 정신없이 소비하고 돈을 쫓던 그 시절이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건 왜일까.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에 경제 적신호가 오기 전, 어쩌면 우리는 개츠비가 살았던 1922년의 모습처럼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환상과 스펙타클이 난무했던 세상은 음악을 타고 우리에게 현재를 되돌아 보게 한다.

 

 

 

 

여기에 발달된 영화기술도 한 몫한다. 매장면이 3D로 만들어져 환상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화려한 시각효과로 환타지가 가득한 시대 속 신기루 도시인 뉴욕을 잘 살려 주는 것. 평소 3D나 디지털영화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이 영화만큼은 영화기술이 영화를 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생하게 표현된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당시 재즈시대의 흥겨움과 화려함을 부각시킨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닉이 등장할때마다 텍스트로 나타나는 '위대한 개츠비'의 구절을 음미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물론 음미하기엔 전개가 다소 빠른감이 있고 타이트하지만 영화 속 마지막 대사는 압권이다.

 

그렇게 영화는 원작 전반에 흐르는 시대배경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준다. 그리고 동시에 원작을 음미하고 되짚어보게 만들어준다. 전자가 영화적 기술과 연출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개츠비 역할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우수에 젖은 개츠비를 보며 아련함과 쓸쓸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사랑이라 여긴 '데이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간다. 상류층 특유의 권위의식과 조롱에도 그는 꿋꿋하게 데이지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허영과 환상속에 살아온 유약한 데이지에게 개츠비는 지나간 남자일 뿐이다. 그렇게 데이지는 개츠비를 버린다. 그리고 개츠비는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만을 원했던 개츠비, 그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던 사람이었다. 모두가 돈과 화려함에 자신을 잃고 정신없이 헤맬 때, 그는 혼자서 자신을 지켰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 묵묵히 나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영화 내내 개츠비는 홀로 '나무'같은 사람이었다. 마음 속 순수함을 지켜가며 꿈꿔온 개츠비, 하지만 어쩌면 그 역시 사랑이란 가면을 쓴 돈을 갈구하며 허영의 배를 탄 건지도 모른다. 거기서 오는 아이러니가 현대인들의 쓸쓸함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순수한 감정과 가치가 '돈'과 혼돈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상처받고 휩쓸려나가는 이시대의 단면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부분을 음미해보고 싶어진다.

 

" 해변에 앉아서 과거를 알 수 없는 세계에 관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의 집과 이어진 부두 끝에서 비치던 녹색 불빛을 찾아냈을 때의 놀라움에 대해서 되새겨 보았다. 그는 긴 여행 끝에 이 푸른 잔디밭으로 왔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은 당연히 실현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그 꿈이 이미 자기를 등지고,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이 밤의 밑바닥으로 굴러가고 있는 도시 저 너머의 광대하고 흐릿한 어느 곳으로 물러가 버렸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개츠비는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들 앞에서 뒤로 물러가고 있는 그 녹색 불빛을,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때 그것은 우리들을 피해 갔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려서 팔을 더 길게 내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

 그래서 우리는 물살에 부딪치며 노를 젓고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흘러갈 것이다. "

 

 

 

사진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9310&t__nil_main=tab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