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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국] 죽어야 사는 여자 (1992) - 로버트 저메키스

멜로마니 2013. 7. 26. 15:50

 

 

 

 

죽어야 사는 여자 │로버트 저메키스│ 1992 │ 골디 혼, 브루스 윌리스, 메릴 스트립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표작을 꼽아본다면 '백투더 퓨쳐' 시리즈, 포레스트검프, 캐스트 어웨이 정도를 들 수 있다. 각 영화들마다 그만의 웃음과 감동이 있지만, 나는 감독의 영화 중 '죽어야 사는 여자'를 단연 최고로 꼽는다. 이 영화는 몇 가지 매력 포인트들이 잘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씬에서 강렬한 임팩트까지 선사하며 우리에게 '젊음'과 '영원'에 대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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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의 스토리는 두 여자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남자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왕년의 스타 메들린(메릴 스트립)은 헬렌(골디 혼)과 겉으로는 친구이지만 속으론 서로를 미워하는 앙숙이다. 작가인 헬렌은 메들린의 공연에 약혼자인 성형외과 의사 멘빌(브루스 윌리스)를 데려오고, 메들린은 여우처럼 헬렌의 약혼자를 가로채 결혼한다. 그 충격으로 헬렌은 몇 년동안 집에 틀어박혀 메들린을 저주하고 살이 찐다. 정신까지 이상해진 헬렌은 급기야 정신병원까지 가게된다. 몇 년이 흐른 후, 메들린은 그런 헬렌으로부터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받고 그곳에서 너무나 달라진 헬렌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뚱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보다 날씬하고 예쁜 모습으로 메들린과 멘빌을 반기는 헬렌을 보며 생각지 못한 충격에 빠진다. 사실 메들린은 헬렌에게서 뺏은 멘빌과의 결혼생활이 좋지 않다. 멘빌은 결혼 후 수술대에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장의사가 되어 시체를 화장하고 꾸미는 일을 한다. 이런 멘빌에게도 새로운 헬렌의 모습은 그를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후, 메들린은 예전 뷰티샵에서 받은 명함을 기억하고 젊음을 유지시켜준다는 한 여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번 마시면 영원히 젊게 사는, 즉 죽지 않게되는 묘약을 먹게 된다. 묘약을 먹고 젊음을 찾은 메들린, 하지만 멘빌은 집에 돌아온 메들린을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메들린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그렇지만 영원히 살수 있기에 죽은 몸이지만 다시 살아나는 메들린. 멘빌도 이 사실을 알고 경악하지만 메들린의 몸을 고쳐주고 차가워진 피부색도 다시 살려주며 직업의식(?)을 발휘한다. 메들린의 죽음을 확인하려 온 헬렌은 멘빌과 살인음모를 꾸몄던걸 큰소리로 떠들게 되고, 이야기를 들은 메들린은 배에 구멍이 날 만큼 큰 총으로 쏴 헬렌을 죽인다. 그렇지만 메들린처럼 배에 구멍이 난 채로 살아나는 헬렌.. 메들린과 헬렌은 같은 묘약을 먹었음을 알게 되고, 둘은 영원히 죽은 몸을 고쳐줄 멘빌까지 묘약을 먹이려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영원한 삶을 살고싶지 않은 멘빌은 이를 거부하고 37년 후 메들린과 헬렌은 멘빌의 장례식에서 진짜 영원한 젊음을 만난다.

 

 

영화의 줄거리가 어느 영화보다 길게 정리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서사적 구조가 이보다 깔끔할 수 없다. 영화의 첫 시작인 매들린의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부터 친구의 약혼자를 뺏어 결혼하고 다시 출판파티에서 헬렌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때 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약 20분 정도로 정리된다. 이렇듯 초반의 스피디한 전개는 몰입도를 높여주고 긴장감을 높여준다. 이 영화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메들린이 묘약을 먹는 장면, 그리고 그녀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헬렌이 총을 맞은 후 살아나는 부분은 영화 러닝타임 중 중후반부에 해당한다. 영화 초반부터 이렇게 둘이 묘약을 먹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중후반까지의 전개는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를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여기에 저메키스의 뛰어난 연출력이 큰 몫을 한다. 큰 사건들 사이사이에 유머러스한 대사와 작은 사건들이 사건전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약혼자를 뺏어간 메들린을 질투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헬렌의 캐릭터도 재미있고, 왕년의 스타였던 자신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젊음을 되찾으려 하는 메들린 사이의 대립은 유치하면서도 현실 속 여자들 사이의 암묵적 신경전을 잘 보여준다.

 

또 하나의 재미로는 '파격'을 들 수 있다. 영화의 내용 중, 메들린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장면이나 메들린이 헬렌에게 총을 쏴서 헬렌의 배에 큰 구멍이 나는 장면등을 보면 충격적이고 비상식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젊음을 되찾아주는 묘약이라는 설정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렇듯 판타지적 요소가 섞인 비현실의 세계는 이 영화만의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몰입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만들어 낸다. 영화 속 제일 파격적인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씬일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의 메세지와 연결되기에 먼저 스틸컷으로 감상 후 따로 자세히 다루고 싶다.

 

 

 

 

영화의 마지막 씬은 멘빌박사의 장례식장에서 펼쳐진다. 메들린과 헬렌은 진작에 몸이 죽은 상태지만, 영원히 죽지않고 살 수 있기에 멘빌박사의 장례식을 찾는다. 이미 죽은 피부에 활기를 주려는 듯 페인트를 아낌없이 바른 얼굴엔 진물이 나고 피부는 썩어 들어간다. 그렇게 영원히 사는 여자 둘은 장례식에서 멘빌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젊음, 영원한 젊음을 만난다. 멘빌은 메들린과 헬렌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죽을때까지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왔기에 죽었어도 진정 영원히 산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와는 또다른 영원불멸한 삶을 사는 두 여자는 비아냥거리며 장례식장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계단에서 미끄러지며 온 몸이 파괴된다. 그러면서도 두 얼굴은 살아 움직이며 말을 하는체로 영화가 끝난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진정한 젊음과 영원한 삶에 대해 냉소적으로 피력한다. 우리가 그토록 가지고싶어하는 젊음, 그리고 그토록 바라는 영원한 삶은 결국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판타지 가득한 영원한 삶과 젊음에 대한 꿈은 마지막을 통해 철저히 부서진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 두 여인의 모습이 어딘가 친숙한건 나 뿐일까. 20년이 흐른 현재, 우린 영화에서처럼 젊음에 광적으로 열광한다. 그리고 그 젊음을 붙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영화가 말해주는 '젊음'이 단순한 외향적 모습만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라는데에 있다. 메들린과 헬렌이 미친듯이 외적 젊음을 되찾으려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멘빌은 심적 변화와 삶 전체의 변화를 통해 젊음과 불멸의 삶을 얻는다. 결국, 젊음이란 것은 신체적 상태를 의미하는 걸 넘어 그것을 감싸고 있는 정신과 비전의 문제임을 영화는 말해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현대사회 속 젊음이 소비와 상품화의 대상일 뿐 진정한 젊음은 내면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강하게 던져준다.

 

 

*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 http://movie.daum.net/ )